"영화를 위해 신윤복 작품들을 뜯어보는 과정에서 신윤복이 요즘 시대에 살았다면 영화감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혜원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설정으로 출발한 영화 '미인도'를 연출한 전윤수 감독은 4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신윤복의 그림 안에는 드라마가 담겨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로 그림 한 장에 드라마가 얹혀 있어요. 캐릭터들, 그들의 관계, 그들의 표정을 보면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죠"
그는 혜원이 여자라는 허구적 설정도 그림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윤복은 역사에서 두 줄만 남기고 사라진 미스터리한 화가입니다. 그의 그림들을 보고 상상해 보면 도저히 여자가 아니고서는 이런 부드럽고 세밀한 터치를 할 수 있을까 싶죠"
혜원을 연기한 배우 김민선은 "신윤복의 그림에는 시대와 맞지 않는 색채감과 재치가 있다"며 "남자라도 여심을 잘 아는 사람 같다"고 거들었다.

   '미인도'는 혜원(김민선)과 스승인 단원 김홍도(김영호), 혜원의 연인 강두(김남길), 기녀 설화(추자현)를 둘러싼 사랑과 집착을 그린다.

   제자인 혜원을 아끼는 동시에 파멸로 몰고 가는 김홍도 역의 김영호는 자신의 몸집과 캐스팅에 얽힌 일화를 꺼냈다.

   "'밤과 낮'에서도 화가 역을 맡았는데 인터뷰에서 '그렇게 덩치가 크면서 어떻게 화가 역을 맡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감독님에게 거꾸로 그 질문을 드렸어요. 실제 김홍도는 더 무섭게 생겼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웃음) 그 말이 힘이 됐어요"
영화에는 혜원과 첫사랑 강두의 베드신, 단원과 설화의 베드신, 기녀들이 남자들 앞에서 성행위 시늉을 하는 장면 등 꽤 파격적인 정사신이 여러 차례 나온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영화 한편을 모두 봐야 이런 장면들의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드신에 감동을 줄 요소들이 많습니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예고편만으로는 알기 어렵죠.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오히려 개봉할 날이 기다려집니다"
적은 분량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기생 설화 역의 추자현은 "기녀라는 것과 여성이라는 것, 두 가지를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본래의 목소리 톤은 배제하려고 했다"고 배역을 설명했다.

   순정파 남자를 연기한 김남길은 "김민선 씨가 배역 몰입을 많이 해서 한 여자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역할을 더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상대 배우에게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