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국민과 야당의 협조, 즉 통일된 의견이 절대적이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해법을 달리하는 집단이 많을수록 잃어버린 날들이 더 늘어나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다른 시선이 화(禍)가 돼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국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의 변화 향방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오바마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켜내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했다가 "악의 축 지도자와도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6자회담속에서 북미양자간 회담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최종입장은 정리하지 않은 듯 하지만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직접 대화와 포괄적 협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통령 취임후 미국측 정책이 정리되면 '6자회담협의 틀에서의 핵문제 해결'과 '선 변화'를 북한정책의 기조로 하고 있는 우리와 충돌여지가 충분하다.
한미 FTA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오바마는 불공정협정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 중심에는 우리의 수출주력 품목인 자동차가 자리해 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간 자동차 교역의 불균형을 들어 한미 FTA를 비판해 왔다. 보호주의 장벽 강화를 예측 할 수 있다.
더욱이 미의회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보호무역 성향이 강하다. 세계화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지만 미국 자동차산업이 지난 3분기 25억4천만달러 손실을 보는 등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의 미국의 결정은 자국의 이익일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선 당연한 절차일 것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발 불리한 여건을 우리 쪽으로 돌린다는 것은 힘에 부칠 수 있다. 문제는 현 상황을 유지하며 내일을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흩어진 여론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붉은 악마와 촛불집회에서 보듯 그 힘은 세계에서 두려운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재의 국내 사정으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문제만 해도 통일된 행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미 민주당과 노선·철학에서 궤를 같이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대북정책을 같이 조율하고 다듬어야 할 시기에 클린턴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를 오바마정부가 이어갈 것을 확신한 듯 훈수를 계산하고 있다.
한미 FTA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이 비준동의안 상정을 놓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같은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일부에서는 종합적인 농촌대책을 발표한 후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주내 처리로 방향이 정해진 듯하다. 이행절차를 밟는 것이 미국의 재협상 요구 차단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입장은 단호하다. 민주당은 농촌문제의 선대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여야 합의 없이 비준안을 일방 상정 처리하면 각종 법안 및 예산안과 연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유선진당도 손실이 발생하는 분야에 대한 보정·보완대책 선행을 내세우고 있다. 야당은 '한미 FTA 졸속비준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모임을 결성하기로 하는 등 반대수위를 높이는 추세다.
미국은 오바마를 중심으로 당을 초월한 통합된 미국을, 백인·흑인·히스패닉·아시안의 미국이 아닌 하나의 미국을 외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민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위대함을 보여줬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미국이라는 괴물과 힘을 겨룰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역시 하나된 힘이다. 빠른 깨달음과 실천이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