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배 (인하대 법대 학장·객원논설위원)
용유·무의도. 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는 땅이다. 국제공항과 붙어 있고,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문 바다와 산을 끼고 있다. 그 때문인지 개발계획들이 수도 없이 제안되고 있다.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페이퍼 컴퍼니 수준의 캠핀스키가 내세운 80조원 투자계획이 아닌가 싶다. 광고중에 '세계제일'이나 '세계최초'가 빠진 적이 없는지라 어지간한 홍보에도 놀라지 않는 국민들이다.

그러나 공항배후도시에, 경제자유구역을 주제로 거액을 투입한다는 발표는 투기바람을 부채질하기에 안성맞춤인 소재였다. 때마침 을왕리에 들어선 국내 대기업의 콘도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러나 세계적 차원의 부동산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용유도의 큰 길을 지나 옛길로 들어서면 참담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흔적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말할 것도 없고, 간판만 내건 음식점들도 수두룩하다. 계획대로라면 철거되고 수용되어야 할 땅에 건물들이 새롭게 들어선 것일까.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첫 번째 대상은 투기꾼이다. 거기에다 하늘도시나 검단 등에서 일차 보상을 받은 주민들이 다시 보상을 받기 위해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철거될 건물신축을 결과적으로 구청 등이 강제했다는 비판도 있다. 구청이 토지거래허가 조건인 건물신축을 강제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법대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하자 허물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집을 지었다는 것이다.

사실 보상목적의 행위를 막아야할 책임은 행정부에 있다. 그런데도 토지투기를 막겠다고 도입한 허가조건만을 생각하는 경직된 행정 때문에 대지는 늘어나고, 그 위에 빈 건물들만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상수도도 없다. 도로는 옛날 그대로다. 철거되었던 해변가 송림에서 대낮에 불법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지만 제재하는 공무원은 없다. 그러나 셈이 빠르다는 투기꾼들도 부동산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캠핀스키를 투기꾼으로 낙인찍는 현지의 분위기 뒤에는 인천시의 계획을 믿고, 건물신축에 과잉 투자한 돈을 건질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있다. 보상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이제 낭설이 되어 가고 있다. 당초 80조원을 동원할 이유도 없고, 그만큼 투자할 필요도 없는 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으로 포장된 그림위에 관광단지라는 허상이 만든 상처는 오래갈 것 같다. 투기한 사람들은 자기의 책임이라지만 조상대대로 살던 주민들이 받아야 할 피해는 분노에 가깝다.

20년간 각종 개발을 핑계로 각종 건축규제가 가해졌고, 위반한 주민들에게는 각종 행정제제가 부가되었다. 공시지가를 핑계로 세금폭탄도 퍼부었다. 그 상처는 쉽게 치유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분노하는 것은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행정 때문이다. 외국회사 간판 뒤에 숨은 사람과 회사가 사업제목을 바꿔 관광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우롱한지 도대체 얼마던가. 주민들이 묻고 있다. 용유·관광단지 개발사업 뒤에 숨겨진 문제와 의혹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행정이 왜 그토록 끌려 다녀야 하는가. 언제까지 개발업자나 국제 브로커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하는가. 책임의 소재가 밝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천은 80조원의 용유·무의사업 이외에도 300여건 100조원에 달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시에 절박한 3천억원 짜리 아시안게임 경기장의 신축에도 반대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비한 긴축재정이 그 이유다. 정부 주장의 타당성을 넘어 아시안게임 경기장의 절박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려면 비현실적인 사업들은 과감히 접는 정치적 결단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80조원 관광사업보다 삭풍에 떨면서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웃들의 국밥을 걱정하는 뒷골목 행정부터 챙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