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배 시인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로 전 세계가 경제 공황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기관도 있다. IMF의 학습효과로 다른 나라들보다 튼튼한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었던 국민들이 동요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1천선을 중심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금융 위기가 몰고오는 실물 경제의 위기를 체감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IMF보다 더한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위기는 기회이다. 글로벌 지식기반의 경제 흐름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들은 끊임없이 찾아온다고 스티브 발머는 말한다. 역동적인 경제발전의 기회를 찾는 열쇠가 교육과 혁신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혁신의 토대가 사람에 대한 투자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본다면 교육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경제 위기인 지금이 교육투자를 과감하게 이끌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야 할 때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의지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100대 국정과제에 '인재대국'을 위해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의 확대' '교육복지의 확대' '세계적 수준의 우수한 인재 육성' '미래를 이끌 과학기술의 발전'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교육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 속에 인수위 시절,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수능대체 영어능력시험'은 한국형 토플로 2013년 대입부터 도입키로 했었으나 누락되어 있다. 수능에서 영어시험을 제외하고 영어능력시험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학교 교육에서 실용영어를 강화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영어교육과 영어평가 시스템을 바꾸는 교육정책의 핵심이었으나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염려하여 유보한 것이다. 개혁에는 일정 부분 부작용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개혁의 방향이 옳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추진되어야 옳다. 하기야 도입 시기를 2013년으로 잡았던 것으로 보아 현 정부에서 실시하기에는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를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영어교육의 틀을 바람직하게 바꾸는 일이어서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인수위 시절의 교육정책 중 논의가 중단된 정책이 또 있다. 지역교육청 개혁이 그것이다. 전국의 지역교육청을 통폐합하고 교사들의 수업개선을 지원하는 교수지원센터로 그 기능과 역할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능 대체 영어능력시험 유보가 사교육비의 부담 가중 때문이라는 분명한 이유가 설득력을 갖는 것에 비해 지역교육청의 기능과 역할의 개혁은 뚜렷한 이유 없이 슬며시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누군가는 이 논의의 중단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런가하면 시·도 교육청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인적교류를 중단하겠다던 계획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과부의 간부가 시·도 교육청의 부교육감으로 내려와 있다가 승진해서 다시 교과부로 돌아가는 인사교류는 정직하게 말해서 교류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가지고 교육개혁 의지의 퇴색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일부 교육개혁 정책이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부의 로드맵에 따르면 대학 3단계 자율화 방안이 구현되어 대학의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고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영어 공교육이 완성되어 말하기, 쓰기 중심의 의사소통 능력이 확보되고 영어학습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어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가 완성되어 기숙형 공립고교, 자율형 사립고교, 마이스터고교 300개가 학생들의 선택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 내내 교육개혁은 계속될 것이고 교육의 선진화와 다양화, 자율화는 지속될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여 인재대국을 건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 의지가 퇴색하지 않고 정권 출범 초기처럼 일관성 있게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