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선거 전 당락을 예상하는 몇 가지 척도가 있는데 할로윈데이(10월 31일)에 사용하는 양당 대선 후보들의 가면판매량과 TV토론 이후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이다. 그리고 미국 국민 대다수가 선거자금 모금액과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비례한다고 인식하고 있을 만큼 선거자금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당락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대선까지 최고기록은 2004년 부시대통령이 2억5천4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전당대회 이후 8월 한 달 동안만 6천600만 달러를 모았으며 최종적으로 6억5천만 달러가 넘어 역대 선거사상 모금액이 최대규모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이러한 막강한 정치자금은 전국 풀뿌리 선거조직을 움직여 민주당성향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뒷받침이 되었다.
미국의 정치자금 제도는 소프트머니(soft money)와 하드머니(hard money)로 대변된다. 하드머니는 후보에게 직접 기부되는 자금이고 소프트머니는 정당에 기부되는 자금이다. 그런데 하드머니는 사용처를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반면에, 소프트머니는 누구라도 제공이 가능하며 개별 기부금 상한액이 없어서 기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이 들어가는 창구 역할을 하였고 사용처 역시 규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불법 정치자금 지출 과다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이 제도의 정착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더불어 모금제도의 투명성과 선거비용 지출용도에 대해 명확한 공개, 그에 따른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방법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또는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을 기탁하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 후보가 쓸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 한도액은 465억9천300만원이었다. 그런데 가장 기탁금이 많이 모인 2007년의 기탁금액은 54억4천만원이었다. 그나마 2004년에는 1억5천만원이었던 기탁금액이 2005년에는 20억원, 2006년에는 44억5천만원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 선거제도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로 정착하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금액이고 너무나도 부족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이다.
'정치후원금은 정책개발후원금'. 이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치기탁금 기탁을 홍보하는 홍보문구이다. 말 그대로 우리가 기탁하는 기부금은 없어져야 할 돈 선거가 아닌, 우리가 앞으로 정착시켜야 할 기부금 선거의 바탕이 된다. 정치인들이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데에는 많은 정보수집 비용과 정책연구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다알은 대의민주주의 정치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선거제도가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들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거에서 정치인들의 책임을 평가하는 것은 국민들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권리와 의무를 좀 더 명확히 행사하기 위해 선거에서 정치인들의 책임을 평가하는 심사기준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제공하는 일의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