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18)은 올해 충무로가 배출한 가장 눈에 띄는 신인배우 가운데 하나다.

   올 하반기에만 '울학교 ET', '과속스캔들', '초감각 커플' 등 그의 출연작 3편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고 그중 2편은 주연작이다. 양적으로뿐 아니라 내적으로도 신인다운 상큼한 매력과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동시에 선보인 '무서운 신인'이다.

   그는 '울학교 ET'나 '초감각 커플'에서는 한없이 발랄한 '국민 여동생'으로 보이더니 스물두살 미혼모 역을 맡은 '과속스캔들'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목놓아 우는, 제법 절절한 모성 연기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감정을 내보여주는 장면과 꾹꾹 누르면서 찍어 보는 장면"을 구분할 줄도 안다.

   "'정남이는 어떤 애다' 정해놓고 찍은 건 아니고 장면 장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감정일지를 생각했어요. 정남이라면 이럴 때 울었을까, 저럴 땐 웃었을까. 영화에는 보이지 않지만 정남이에 대한 많은 생각이 있었죠.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정남이는 이랬을 거야' 같은… 감독님과 얘기를 아주 많이 했고요."
독신 라디오 DJ 현수와 현수를 아빠라고 우기는 미혼모 정남에 관한 이야기 '과속스캔들'의 무게중심은 느닷없이 나타난 딸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현수보다도 불쑥 나타나 그의 생활을 휘저어놓는 정남에게 실려 있다.

   코믹 연기의 달인으로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차태현이 "이 영화는 박보영의 영화"라고 말한 것이 무리도 아니다. 영화를 짊어졌다는 것은 신인에게는 버거운 짐일 수밖에 없다.

   "부담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성인 연기도 처음이고, 대학생도 아니고 애 엄마고, 아빠에게 찾아가 삶을 바꾸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일일까… 찍기 전에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일단 부딪쳐 보자 싶었어요. 정남이도 '에이, 모르겠다. 하자!' 부딪치는 아이잖아요. 저 역시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만큼은 내 마음대로 되는 거니까 일단 해보려 했어요. 만족감을 못 느끼면 '실수를 했구나',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알면 되는 거죠."
그는 '과속스캔들'에서 모자이크의 '자유시대', 최용준의 '아마도 그건' 등 4곡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무대에 올라 열창하는 장면에서는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연상될 정도. 노래솜씨를 칭찬하자 "현대기술의 도움을 좀 받은 것"이라며 크게 웃는 모습은 역시 10대의 신인답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서 많이 혼났어요. 저는 아무래도 가수가 아니라 배우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웃음)"
충북 증평 출신인 그는 학교 영상동아리에서 활동하다 우연히 연예기획사의 눈에 띄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놨다.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을 시작으로 '달려라 고등어', '왕과 나', '마녀유희' 등에서 아역 연기를 선보였다. 올해는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공부와 연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 연기가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연극 연기와 현장에서 겪는 스크린, 브라운관에서의 연기에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연극 연기를 배우는 게 재미있어요. 언젠가는 연극 무대에도 올라보고 싶어요."
아직까지 어린 나이에 앳돼 보이는 외모의 신인인 만큼 그에게는 아역이 주로 주어져 왔다. 그러나 박보영은 성인 연기로의 변신에 크게 조급해 하지 않는다면서 거창한 목표부터 세워놓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목표를 세우면 그걸 이루는 데 급급해 오히려 잃어버리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하나씩 돌아보면서 천천히 해 나가면 어느새 제가 은연중에 꾸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