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속의 영어권 국가인 인천영어마을이 개원 3주년을 앞두고 있다.

인천시민들에게 다양한 영어체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사교육비 감소와 해외 조기 유학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한다는 게 인천영어마을의 설립 취지.

2006년 2월 인천시 서구 당하동 350의2에 둥지를 튼 이래 인천지역 초등학교 4~6학년 3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인천영어마을을 다녀갔다. 과연 학생들에게는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 공항의 출입국심사체험에 앞서 이론교육을 받고 있다.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인천영어마을 홈페이지(www.icev.go.kr) 게시판엔 영어마을에 입소한 자녀들에게 보내는 부모들의 편지들이 빼곡히 올라와 있다. 마치 5박6일간 극기훈련을 보낸듯 부모들의 편지 내용은 걱정과 격려가 주를 이룬다.

당사자인 학생들도 마찬가지.

월요일 오전, 인천영어마을 버스를 타고 영어마을에 도착한 학생들의 표정은 대부분 굳어있다. 새로운 세계를 접한다는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인천영어마을측이 입소 대상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영어마을 홈페이지에 접속, 어느 정도 사전 학습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막상 낯선 환경에 맞닥뜨린 학생들은 원어민과 영어로 간단한 인사를 하는 것조차도 힘겨워한다.

인천영어마을 김성겸 교학부장은 "입소식 자리에서 원어민과 마주치면 부끄러워 도망가는 학생도 있다"며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학생의 경우, 상담교사를 붙여 영어마을에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등 특별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오후부터 본격적인 체험학습에 들어간다.

영어복합문화공간인 영어마을에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문화와 언어를 생활속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은행·영화관·비행기 등 32가지의 다양한 상황을 외국과 동일한 환경에서 영어로 체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 영어마을의 주요 시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잠을 자는데 첫날엔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럴때면 사감선생이 상담을 하며 학생들을 달랜다.

학생들에게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2일차인 화요일부터.

입소 첫날 잔뜩 긴장해있던 학생들은 어느 정도 기가 살아나 장난을 치기도 한다.

수요일부터는 완전 적응 단계로 접어든다. 학생들이 복도에서 마주친 원어민 강사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거는 시기로 목요일쯤 되면 원어민 강사와 게임도 하고 장난을 치며 동심을 발산한다.

김성겸 부장은 "억지로 발음을 알려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스스로 모방하면서 학습을 한다"며 "학생들이 영어마을에 적응하는 것을 보면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퇴소 전날인 금요일에는 그간 배운 학습내용 등을 토대로 한 명씩 각자 주제를 정해 발표를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처음에 부끄러워했던 학생이 영어로 자신있게 자기 소개를 하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하기도 한다.

▲ 실제 자동차의 내·외부를 보며 자동차와 관련된 영어 어휘를 배우고 교통안전 수칙에 대해 수업하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캠프파이어가 열리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간 정이 든 원어민 강사와 헤어지는 것에 아쉬워하며 눈물을 글썽인다고 한다.

영어마을에서의 최대 효과는 바로 학생들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영어마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5박6일 프로그램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90%가 영어마을 수업이 "재미있었다"고 답했고 특히, 응답자의 95%는 "체험활동을 통해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은 물론 외국인과의 대화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인천영어마을 관계자는 "영어마을을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사업중 인천영어마을이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며 "현재 영어마을을 운영중에 있거나 운영 계획을 가지고 있는 전국의 지자체에서 인천영어마을 사례를 벤치마킹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교육과 사교육의 중간지대에서 영어 학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는 인천영어마을이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인천영어마을은 교육생 모집시 학교별 배정 교육인원의 10% 비율로 저소득층 학생을 추천받아 영어마을 참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한계를 드러내면서 앞으로 보다 많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영어복지 수혜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기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체험을 하고 있다.

■성인에게도 문호 개방

프로그램을 확대, 더욱 많은 학생과 시민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게 인천영어마을의 향후 계획이다.

이를 위한 시도 중 하나가 '공무원전문교육과정'(Public Officers Program).

인천영어마을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재)글로벌에듀와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영어마을 공무원 전문과정, 교육운영 위탁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 공무원들이 영어마을에서 4박5일간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연간 교육인원은 1, 2기로 나눠 모두 80명.

교육 내용은 이메일 등 영어 공문서 작성과 모의상황을 통해 학습하는 국제회의 주재 및 외빈 접대, 국제전화 응대, 출장대비를 위한 사전교육과정 등 공무원 실무와 관련된 실용 비즈니스영어 등으로 짜여져 있다. 특히 홍보대사 과정이 마련돼 공무원들은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영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게 된다. 모든 수업은 원어민 교사를 활용한 회화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원어민 교사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 문화 및 국제예절 등을 습득하게 된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아 교육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이상이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원어민 교사의 교수법 및 자질에 대한 만족도는 97%에 달했다.

공무원연수 과정을 수료한 한 공무원은 "영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외국인을 상대하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테스트와 그룹 미팅 등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활영어를 체득할 수 있었다"며 "추후 영어 학습에 대한 자극과 동기부여가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인천영어마을이 공무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인천시민들에게 영어체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이우영 인천영어마을 이사장 "대학·취업영어 종지부… 세계화 위한 교육 절실"

"영어는 앞으로 우리의 발이 될 것입니다."

이우영 인천영어마을 이사장은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경쟁무대에서 무기 없는 장수에게는 후퇴밖에 없듯이 세계화에 발맞추어 나가는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이 바로 영어라는 게 그의 부연설명이다.

그는 이어 "목적도 없이 단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한 영어교육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더 나은 세계속의 대한민국을 목표로 한다면 영어의 교육 방법부터 개선해야 하고 교육당국이 해야할 일은 바로 효과적인 영어교육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어교육의 필요성을 먼저 교육하고 체계적인 영어교육 정책으로 회화가 가능한 교육을 하는 것이 이 이사장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영어교육 방안.

그는 아울러 일선 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교사의 자질 향상을 위해 정기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인천영어마을의 향후 운영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다 많은 학생 및 인천시민들에게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계층간, 지역간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당초 영어마을의 설립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윤상순기자 yo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