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금을 마련하거나, 설비 투자를 위해 엔화대출을 받았다가 원·엔 환율이 폭등하고 금리도 껑충 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이 요즘 내뱉는 말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대출 기업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운전자금 용도의 외화대출 상환기한 제한을 폐지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으나 후유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남동산단의 자동차 부품제조업체인 J사는 지난해 상반기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900원 하던 당시, 회사 운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억원의 엔화대출을 받았다. 금리가 3~4%로 비교적 낮아 흔쾌히 대출을 받았고 별도로 적금을 들면서 상환에 대비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후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려 했을 때 원·엔 환율은 1천400~1천500원대로 급등해 있었다. 대출금 중 2억5천만원을 상환했는데도 여전히 갚아야 할 돈은 6억원 그대로였다. 여기에다 금리까지 5~6%로 오르면서 이 회사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S사는 더욱 심각하다. 이 회사 또한 지난해 상반기에 공장을 확장하면서 부지매입비 40여억원의 70%가량을 엔화대출로 충당했다. 이제는 불황까지 겹치면서 원금은커녕 이자를 내는 것조차 버거운 실정에 놓였다.
엔화대출을 받은 한 GM대우 협력업체의 사장은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돼 매출이라도 유지되면 어떻게 이자라도 내겠는데 일감마저 줄어들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엔화대출은 원·엔 환율이 800원대 초반이던 2~3년 전부터 중소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졌다. 당시에는 국내 은행이 수수료와 이자를 붙여도 금리가 1~3%로 낮아 인기가 높았다.
중소기업들은 당시 운전자금 마련과 설비 확충, 사세 확장 등을 위해 앞다퉈 엔화를 끌어다쓰기 시작했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남동산단 내에서만 수백개의 업체가 엔화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남동산단의 지가 상승도 엔화대출 급증에 한몫을 했다. 땅값이 더 오르기 전에 부지를 확보해놓아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T사의 경우처럼 GM대우차가 상승세를 탈때 자재확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엔화를 끌어다 쓴 업체도 상당수다.
문제는 최근 원·엔 환율이 1천400~1천500원대로 급등, 엔화대출 원금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나면서 대출기업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김덕배 남동산단경영자협의회장은 "남동산단 내에서 키코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기업이 100개라면 엔화대출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은 3~4배는 될 것"이라며 "어떤 면에서는 키코 사태보다 심각성이 더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환율을 적정선에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그릇된 정보로 인해 환차손을 입은 중견기업들이 속출하는 등 인천지역 기업들의 시름은 이래 저래 깊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