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대의 국가산단인 남동산단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남동산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는 4천800여개. 명실공히 인천경제의 주요 축이다.

"남동산단에서 하루 평균 5~6개 업체가 부도난다는 이야기가 떠돌아요."

2일 남동산단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근로자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이다.

중소기업 사장 L씨는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들이 주로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이게 남동산단의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나 이 말이 남동산단에 감도는 불안감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인듯 했다.

실제로 GM대우발 조업중단사태는 남동산단에 직격탄을 날렸다. 수백개의 1·2·3차 협력업체들이 전면, 또는 부분 휴업에 들어가면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자동차산업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인천지역 대기업들이 이미 조업단축에 들어갔거나 조업단축을 예고하면서 협력업체들은 이미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었다.

이날 오전 두산인프라코어의 1차 협력업체인 A사를 찾았을 때 두산인프라코어 조업단축의 여파는 여지없이 감지됐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40여명의 직원 중 20여명에 대해 고용보험을 신청했다. 수주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직원들이 기본급의 70%를 받고 한달 동안 쉬기로 한 것이다. 한달 평균 5억원을 웃돌던 매출도 최근 2개월 사이에 절반으로 급감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남동산단에 소재한 1차 협력업체는 22개로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200~300개에 달한다.

남동산단의 위축은 공장 가동률에서도 잘 나타난다. 남동산단의 올 3/4분기 가동률은 78.3%로 지난해 같은 기간(81.7%)에 비해 3.4%포인트 감소했다. 4/4분기엔 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동산단에서는 또 하나의 복병이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었다. 바로 '엔화대출'이다. 원·엔 환율이 폭등하면서 운전자금, 사세확장 등을 위해 엔화를 쓴 중소기업인들은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월 1만원의 회비도 제대로 걷히지 않아요. 2, 3번 회사를 찾아가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지요."

남동산단경영자협의회 관계자의 말에서 남동산단의 현주소가 읽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