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수 (국회의원 국회민생정치연구회 공동대표)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타격받는 사람들은 서민들이다. 그중에서도 노인을 비롯 장애인·아동·저소득층 등이 그들이다. 경기의 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과 지원의 감소, 물가상승이라는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같은 충격이라도 일반인들에 비해 몇 배 이상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실물 경제 침체는 이제 시작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취약 계층은 이미 충격 그 자체다. 상황도 중병을 앓을 만큼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었다. 경기불황으로 후원금이 줄어들면서 저소득층 가정과 복지시설의 어려움은 이제 뉴스거리도 안되는 실정이다. 노숙인과 독거노인을 위해 운영하던 무료 급식소의 폐쇄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만이 관심을 쏟을 뿐이다. 경기침체, 실업 증가에 따른 가족 해체 자살 등 사회적인 문제도 다시 야기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버리며 체념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시기에 이들을 위해 나라가 해야 할 일은 세가지라 생각한다. 그 첫째가 복지 재정의 확대며 둘째가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한 내실있는 사회안전망 확충이고 셋째는 미래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지 인프라 구축이다.

사실 우리는 과거 IMF시절의 교훈을 통해 복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경험했다. 경제와 복지, 복지와 경제는 어느 것이 먼저인가. 또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을 우선시 해야 하나라는 순위 논란을 겪으면서도 늘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도 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변한 것이 별로 없다. 복지 예산에 대한 증액과 각종 정책들도 마련됐으나 취약 계층을 아우르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 GDP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005년 기준 9.1%로 OECD 평균 21.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회원국중 복지 인프라 수준이 비교적 낮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16.6%와 일본의 18.4%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지금부터라도 비중을 늘려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복지 지출의 확대는 필수적이다. 재정 지출을 통해 사회 서비스 일자리를 창출시키고 복지 인프라를 건설함은 물론 복지급여 지원을 통한 소비진작 등 복지 지출이 경기회복에 직접 기여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에도 한시적 생계보호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등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 경기회복에 기여한 사례가 있다. 10년 넘게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이 2002년 이후 회복기에 접어든 것도 복지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조절 기능의 강화가 한 몫을 했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물론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소외계층만을 위한 능동적 복지망 확충은 매우 힘든게 현실이다. 또 요즘같이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을 놓고 볼때 복지재정의 확대를 각종 투자의 우선순위로 놓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빈곤을 극복한다는 의지만 있다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아울러 마련된 재원의 효율적 분배와 집행 방향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인만큼 민생 안정을 위해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예산이 집중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서민생활을 보호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11월초 정부가 긴급 편성, 국회에 제출한 경제난국극복 종합대책 예산안의 효율적 집행은 취약계층 생존에 매우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예산의 슬기로운 배분과 사용은 삶의 벼랑끝으로 몰린 서민, 특히 소외계층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어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