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자정을 넘긴 새벽시간대 40대 남자 두 사람이 마주앉아 세상을 향해 쏟아붓는 신세한탄 소리가 참 거슬렸다. 한시간 이상 우연히 옆 자리를 지키다보니 이들의 직업이 부동산 관련 종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뭘 그리 당했는지 알 수 없지만 더이상 이들의 잡담을 듣기조차 민망해 자리를 떠났다.
예년 같으면 이런 저런 모임 핑계삼아, 1년에 한번 만나는 모임까지 가세해 연말연시 들뜬 기분에 소주 한 잔 기울이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인지상정일진대 올 연말은 독설 섞인 하소연과 푸념, 자포자기만이 난무하는 광경을 쉽게 목격한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분양권 전매투기 등이 사회적 최대이슈로 떠올라 소위 지도층 인사들까지 연루된 볼썽사나운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상황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정부가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기위해 '건설경기 활성화'란 명분으로 어렵사리 수년동안 묶어 둔 분양권 전매제한을 폐지하고 1가구 2주택이상 양도세 중과 면제 조치 등 일련의 대정책들을 쏟아냈다. 이것도 모자라 공공택지내 주택용지의 계약해지는 물론이고 주택업체가 미개발지로 보유하고 있는 토지까지 공기업 자금으로 다시 사들이게 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베풀었다. 이 정책이 채 정착되기도 전에 공공택지내 주택용지 제3자 전매허용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달라진 게 없다. 운좋게 팔려고 마음먹은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곤 정부 정책에 보이콧이라도 하려는 듯 기약없는 관망자세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내심 모두가 정부의 추가 조치가 더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조금만 더, 조금 더'를 외치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보내는 모양새다.
결국 다시 부동산 광풍시대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소리인가?
넘쳐나는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썰렁한 겨울날씨 만큼이나 인기척을 찾기가 힘들고 주택사업자들은 "은행권에서 PF를 차단해 자금줄마저 막혔다"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되레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이런 부동산 패닉상태에서 재미있는 현상은 부도나는 업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말해 옥석(玉石) 구분없는 정책 탓이다. 아파트 가격 또한 반토막이하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할 뿐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 공기업 등이 발주하는 각종 개발지역 보상가는 내려가기는커녕 작년보다 더 비싼 감정가를 요구해 협의보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거품이 빠질 법도 한데 상황은 어려워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게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우리사회 모두가 착시현상(錯視現狀)에 빠진 느낌이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정책철학의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일 수 있다. 금세라도 당근책을 줄 것처럼 유인하는 정책은 더이상 시도해서는 안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품을 빼야 한다면 강경한 원칙이 필요하고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투기정책에 버금가는 특단의 묘약처방이라도 빨리 써서 어리둥절한 착시현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