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평생 일궈온 생활터전을 한 순간에 빼앗겨야 할 처지가 됐다. 이들은 삶의 보장을 요구하며 항의했으며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품었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절규가 갈수록 심해지자 경제자유구역청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용유·무의는 글로벌시대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투자 사업이라는 게 골자다.
창의적 아이디어, 막대한 재원조달, 세계적인 네트워크 관리·운영 등이 필요했고 이런 조건을 가진 우수한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비공모, 즉 수의계약 방식이 유리했다는 형식적 답변이다.
그러나 내부 재정규모와 사업능력 등 철저한 검증 과정으로 협약을 체결했다는 경제청의 주장은 채 1년도 안돼 거짓으로 드러났다. 결국 지난 7월에는 캠핀스키측에 협약해지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청이 맺었다는 기본협약서 내용은 어처구니가 없다.
4조1항에서 국·공유지는 장기 임대 및 무상 양여 형식으로 소유권을 넘겨주도록 돼 있다. 또 SPC(특수목적법인)가 사업시행자가 되면 일체 개발권을 갖도록 했다. 캠핀스키가 내건 80조원이란 막대한 투자 금액에 눈이 멀어서 터무니없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외 조항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5조는 인천시의 지나친 책임론을 담고 있다. 5조 5항에서 시는 충돌 약정으로 인해 발생한 K컨소시엄 회사와 구성원이 입은 손실, 책임 등 전반을 보상하도록 했으며 제3자로부터의 청구에 대해서는 면책하기로 했다.
절대적으로 일방적 불이익과 불평등 계약이다. 사업자에 의해 피해를 보고서도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꼴이다. 사소한 문제가 불거져도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는 명분이 전혀 없다.
용유·무의 개발계획이 발표된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을 되돌아본다.
인천이 역동적인 변화 모습을 취했다면 용유·무의지역은 10년 간 멈춰서 있었다. 각종 규제와 제한으로 현지 주민들은 평범한 삶의 가치까지 억압당했고 여전히 마찬가지다. 최근 경제청은 이런 주민들에게 또 다시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피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도 하기 어렵다. 주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면서 추진된 '밀실 프로젝트'의 초라한 모습이다. 주민과의 약속을 어긴 경제청 관계자들의 반성이 절실하다.
지역구성원이 없다면 지역사회가 존재할만한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다.
단언컨대 앞으로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배제되는 한 용유·무의 개발은 언제나처럼 큰 풍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