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실수로 딸을 낳은 가수, 그 딸이 어릴 때 낳은 아들 등 '과속 삼대'를 주인공으로 세운 코미디 '과속 스캔들' 흥행의 일등공신은 단연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 등 주연 3인방이다.

   코믹 연기로는 이미 달인의 경지에 오른 차태현(32)은 노련미를,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 박보영(18)은 신선한 매력을,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던 꼬마 배우 왕석현(5)은 천진난만함을 마음껏 뽐내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강형철 감독으로부터 이들의 캐스팅 배경을 들어봤다.

   ◇"차태현, 자연스러움과 타고난 유머" = '과속 스캔들'의 매력 포인트는 정남(박보영)에게 맞춰 있지만 영화 전체를 흔들림 없이 튼튼하게 떠받치는 것은 차태현이다.

   심하게 망가지지 않고도 충분히 웃기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아이돌 가수 출신 라디오 DJ 현수가 30대 중반에 할아버지가 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준다.

   강형철 감독 역시 자연스러운 모습에 끌려 차태현이 주인공 현수 역에 맞는 배우라 여겼다고 말했다.

   "우리가 차태현 씨를 골랐다기보다 태현 씨가 출연을 허락해준 거죠. (웃음) 차태현 씨의 전작들보다도 토크쇼에 나온 모습을 자주 봤어요. 자연스러운 모습이 참 좋더군요. 워낙 평소에 좋아하는 배우이기도 했고요."
강 감독은 차태현의 타고난 유머감각과 기본적인 연기력도 캐스팅 이유로 꼽았다.

   "현수는 타고난 유머감각이 필요한 배역이에요. 또 저는 차태현 씨가 코미디 연기도 훌륭하지만 정극 연기도 참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박보영, 동양적 매력과 연기의 가능성" = '과속 스캔들'의 헤로인 박보영은 이 영화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눈에 띄는 전작이라고는 드라마 '왕과 나'에서 구혜선의 아역 정도이고 영화 데뷔작인 '울 학교 ET'와 '초감각 커플'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 박보영이 최근 부쩍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과속 스캔들'이 단순히 흥행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보여준 신선한 매력 때문이다. 톡톡 튀는 매력에 인상적인 가창력,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까지 보태진 것.

   "정남이는 시골에서 막 올라온 아이죠. 그러니 요즘 어린 연예인들 같은 서구적인 외모는 어울리지 않겠죠. 20대 초반이어야 했고, 중간에는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신하죠. 그런 점에서 보영 씨의 동양미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강 감독은 박보영이 오디션에서 준비해온 연기를 선보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연기의 가능성이 보이더군요. 제가 시나리오에서 생각했던 정남이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연기를 보여줬어요. 제가 모르는 새로운 정남 캐릭터를 현실화한 거죠. 촬영하면서 같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왕석현, 다른 아이는 눈에 안 들어왔다" = 우리 나이로 이제 여섯 살 난 꼬마 배우가 이런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아역배우 왕석현의 인기가 두 성인 배우를 넘어서고 있다.

   왕석현은 '과속 스캔들'이 주는 웃음의 상당 부분을 도맡고 있다. '배꼽 인사'에 무표정, '썩소'까지 어린아이답지 않은 연기에 관객 반응은 뜨겁다.

   아역 배우는 쉽게 피로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통상 배역의 나이보다 실제 나이가 2-3살 많은 배우를 쓴다. 그러나 왕석현은 시나리오상 배역 나이 그대로 여섯 살이다.

   "불안 요소야 많았죠. 연기 경험은 전혀 없지, 나이도 어리지…. 그런데 아이들을 정말 많이 만나봤지만 다른 아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강 감독은 어리지만 왕석현에게 연기에 대한 굉장한 열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석현이는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해요. 무대 인사를 다닐 때도 졸리고 피곤하면서도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 그런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