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집계한 미분양 아파트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00년 3천566가구에서 2005년까지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06년에는 무려 8천732가구, 2007년에는 1만2천471가구, 그리고 2008년 9월까지 2만2천4가구까지 증가한 실정이다. 계속 공급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내년도 경제 상황이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미루어 보면 내년에 그 규모는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나 있을 전망이다. 대구뿐만 아니라 광주를 비롯해서 지방 대도시나 중소도시 역시 미분양주택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5만7천200여 가구로 이 가운데 수도권이 2만5천가구이고 지방은 13만2천300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앞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미분양 사태를 몰고 온 것은 건설업체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런 책임은 비단 건설업체들의 부담으로만 남지 않는다는데 고민이 있다. 대규모 건설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자금을 지원한 금융기관들의 부실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달 서울의 부동산 거래는 2년 전의 10% 수준에 머물 정도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도 경제 상황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미뤄보면 미분양 주택 문제가 금융기관의 부실 문제를 한층 가중시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 집을 사 주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다들 현금만을 쥐고 상황을 두고 보는 입장에 있다. 미분양 주택 거래를 활성화시키는데 정부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냥 기존의 세금 가운데 일부를 낮추어 주는 선에서는 현재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미분양 주택 구입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곳저곳의 눈치를 보면서 세액을 조금 감면해 주는 조치만으로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살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주요 건설사의 대주단 가입 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큰 부분도 결국 미분양 주택으로 인한 건설사의 자금 압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런 저런 눈치를 보지 않고 전격적이고 과감한 그런 조치들이 필요하다.
결국 방법은 돈을 가진 사람이 앞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미분양 주택에 투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수요자가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이 점을 인지한 정부는 이미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를 위해 6·11대책과 8·21대책을 통해서 기존의 임대주택사업의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임대가구수를 5가구에서 1가구로, 임대기간을 10년 이상에서 7년 이상(미분양 아파트는 매입의 경우 5년) 등으로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임대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정책을 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센티브와 주택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센티브 사이에 여전히 커다란 격차가 있음을 뜻한다. 기존의 틀을 파격적으로 깨어버릴 정도의 제도개혁이 없다면 현재의 미분양 주택 문제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다고 본다. 임대주택사업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은 대개 기존 주택을 비롯한 자산을 매각하고 이 차액으로 미래의 기대수익을 노리고 투자를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한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업계는 이런 저런 도움을 청하게 된다. 업계가 요구하는 방법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정부의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한시적인 기간만이라도 신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들, 예를 들어 양도소득세, 취득·등록세 등과 같은 세금에 대해서는 거의 제로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난국에는 난국에 맞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