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지구의 한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주부 유모(34·계양구 효성동)씨는 고민 끝에 계약을 포기했다.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처음에는 당혹스러움 반, 기쁨 반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요즘 같은 불경기에 무리하면서까지 분양을 받는 게 잘하는 건가 싶었다.

유씨는 "내년에 경기가 더 나빠지고 집값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에 겁이 났다"며 "애들도 커가고 전세금을 빼도 1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융시장 위기 등 잇따른 경기 불황으로 수도권 관심지역인 청라지구에서도 아파트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금리 부담 등으로 청약에 당첨된 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구도심이나 외곽지역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얼마 전에는 서구 오류동에서 청약자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이른바 '청약률 제로(0)' 아파트가 나오기도 했다.

다른 지표들도 온통 빨간불이다.

올해 첫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지난 10월 중순 이후 인천지역 아파트 매매·전세시장은 아직까지 회복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수가 뚝 끊기고 가격은 일제히 하락세다. 고금리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주변 시세보다 수천만원씩 싼 급매물도 나타났다. 이 일대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송도는 집값 하락폭이 인천에서 가장 컸던 곳"이라며 "내년 1월 입주하는 더샵 퍼스트월드를 눈여겨보고 있는데 앞으로 송도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지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인천시와 건설업계도 걱정이 태산이다.

송도랜드마크시티 등 송도국제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의 분양사업을 기초로 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를 띠고 있다. 분양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가 관건이다.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등 구도심 재개발 사업들도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