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과 석유, 그리고 '21세기형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으로 유명한 나라 베네수엘라.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제 베네수엘라에서 유명한 것을 들 때, 이들을 빼면 섭섭할 것 같다. 바로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20대의 나이로 세계 지휘계의 총아가 된 구스타보 두다멜과 베네수엘라에서 날아온 청년들은 지난 15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인생에 남을 잊지 못할 밤을 선사해주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져 있듯이,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엘 시스테마(El Sistema)라는 저소득층 청소년 대상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을 쌓은 26세 이하의 청년들이다. 음악을 공부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교육 프로그램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그런데 교육 프로그램만 감동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뿜어내는 놀라운 사운드는 그런 휴먼스토리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오직 음악 자체에서 나오는 감동으로 가득 채워버렸다.

관현악법의 대가였던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첫 곡으로 선택하는 자신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역량은 유스(Youth)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이 초라해질 정도였다. 금관악기를 포함해서 모든 악기별로 높은 수준의 연주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두다멜의 손끝을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지는 앙상블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국내 초연이지 싶은 베네수엘라 작곡가 카스테야노스의 'Pacairigua의 성스러운 십자가'는 라틴 특유의 리듬과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음색을 잘 살린 뛰어난 곡이었다. 물 흐르듯 유려한 두다멜의 지휘는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악기들 간의 밸런스를 섬세하게 조정하면서 동시에 곡 전체의 완급을 조절해내는 이 20대 젊은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천재'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한편 이날 공연의 앙코르 곡들은 어쩌면 진정한 '메인 디시(Main dish)'이지 않았을까? 번트타인의 '맘보'와 히나스트라의 '말란보'를 앙코르로 들려주는 두다멜과 베네수엘라의 청년들은 악기를 공중으로 던지고, 의자 위에서 춤을 추며 벌떡 일어나 '맘보'를 외치기도 하는 등 유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결국 청중들은 참았던 환호성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 유 리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