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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병국·나경원 한나라당의원 등 정부여당의 핵심적인 인사들조차 이런 법 취지에 동의해 제한적 허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는데 막상 발의된 법안에는 그동안의 한나라당 당론까지 뒤엎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언론 현업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정부여당이 자신들과 정치적 입장이 동일한 대재벌과 조·중·동에 방송을 안겨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언론노조는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에는 MBC, SBS, EBS, CBS 등 주요방송사 노동조합이 앞장서고 있으며 신문사들은 법안의 문제점과 정부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로 호응하며 한나라당이 의장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통과를 시도할 경우, 즉시 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주목할 점은 지역신문 노동조합의 행보다.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보이는 지역신문사들이 오히려 파업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역의 11개 신문사들은 언론관련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 외에도 정부의 지역정책 부재를 질타하는 공동기사, 지역신문발전기금 삭감 항의광고를 게재하면서 대대적인 파업동참을 결의하고 있다. 언론노조 파업의 강도와 수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지역신문의 움직임 뒤에는 정부여당이 수시로 자행한 지역신문에 대한 차별과 홀대에서 비롯된 분노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나날이 악화되는 지역 언론 환경에 대한 배려는커녕, 지난 10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방적으로 신문지원 기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삭감안을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역신문사 사장들을 초치해 '지역 언론의 어려움에 관심 갖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불과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소나기를 피하려는 얄팍한 수사로 드러났다. 한나라당 문방위 진성호 의원이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생색을 내더니 이도 사기로 판명됐다. '잘못되었다. 국회에서 고쳐주면 바로 잡겠다"던 유인촌 장관도 결국 거짓말쟁이에 불과했다. 더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렇게 대언론 사기극을 펼쳐 놓고도 누구도 사과 한 마디 없다는 것이다.
지역신문종사자들이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만들어 놓은 '지역신문발전지원 위원회'를 기어코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여당의 시도에는 분노를 넘어 측은함까지 느낀다. 7대 악법으로 분류한 언론지원기관 통폐합 안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머릿속에 과연 '지역'이라는 개념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차라리 솔직하게 '이 좁은 나라에서 지역신문, 지역 방송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라. 화려한 지역발전 공약으로 표를 훔쳐가 놓고 정작 지역과 지역 언론을 죽이는 법과 정책을 통과시키는 선량들을 솎아내는 일은 지역 언론의 몫이다.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지역에도 정치가 있고 경제가 있고 교육이 있고 문화가 있다. 길 닦고 다리 놓고 일회성 행사에 돈푼 쥐어주며 밑 빠진 독에 예산 붓는 대신에 지역민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 건강한 지역 언론을 살리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이 청맹과니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 정부 대변인이 아무리 언론노조 파업은 불법이라 떠들지라도 건강한 지역 신문의 생존이 위태로운 한, 정부여당이 왜 지역 언론인들이 화를 내는지 모르고 있는 한, 우리의 파업은 절대 정당하다. 합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