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허 스토리'(Her Story)가 시작됐다.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천의 여성인물 177명의 자취를 담은 책자가 발간을 앞두고 있어 학계와 시민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인천여성단체협의회는 30일 '역사 속의 인천 여성'(도서출판 글벗)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인천의 여성인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자가 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인천의 여성사 연구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통시대의 인천여성'에서는 비류백제 건국에 기여한 '소서노'를 인천 지역 여성의 먼 기원으로 삼아 첫머리에 수록한 것을 시작으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인천의 역사에 크고 작은 한 획을 그은 여성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근·현대의 인천여성'에선 김활란, 김애마, 서은숙 등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인천에서 큰 족적을 남긴 여성 인물들을 교육·종교·사회·독립유공·문화예술 등의 분야로 나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특히 심명숙 등 인천 최초의 미용사를 비롯 유곽에서 이름을 날리던 기생에 이르기까지 그간 부각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무명 여성들을 발굴, 소개함으로써 당시의 시대상과 인천의 정서 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다 제1장에 '인천 여성 인물 연구 방법론'이란 주제 아래 '여성사 연구 현황 및 지역 여성 인물사'(신영숙 이화사학연구소 연구원), '지역 여성사와 여성 인물 연구 현황'(견수찬 인하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인천 여성인물 연구의 실태와 유형'(이희환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강사) 등 집필진의 연구 논문 등을 담아, 인천 여성사 연구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 속의 인천 여성'은 인천여성단체협의회가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지난 2년여 동안 관련자료 수집, 조사, 워크숍, 공청회 등을 거쳐 완성됐으며 이번 책자 발간을 시작으로 추후 보다 체계적인 조사 및 연구 활동을 통해 '인천 여성사' 등의 결과물을 내놓게 된다.
집필자 중 한명인 이희환 박사는 "친일문제나 이념 문제, 민주와 반민주의 문제와 같은 이념적인 요소에 의해 아직도 온전히 청산되지 못한 인천 지역의 과거사를 다시 재정립하기 위해서라도 가치 평가를 떠나 사실 그대로의 행적을 조사하는 것을 일차적 과제로 삼았다"며 "인천의 여성에 대한 조사활동을 펼치는 동안 그간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여성들이 인천의 역사상에서 혹은 두드러지게 혹은 보이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