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기증한 중고컴퓨터를 재활용해 청소년 공부방 등에 보내는 '그린 컴퓨터 캠페인'이 열린 29일 인천시 중구 송월동 그루터기 공부방에서 게일인터내셔널 직원들과 공부방 아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상순기자 youn@kyeongin.com

29일 오후 인천 중구 송월동에 자리한 '그루터기' 공부방. 컴퓨터 수업이 한창이었다. 선생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공부방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CPU가 뭔지 아니?" 게일 인터내셔널 송도 사무실에 근무하는 배영삼 과장이 컴퓨터 본체 내부를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예를 들어 아빠가 일하시는 공장이라고 생각하면 돼. 여기 있는 이 커다란 것을 CPU(중앙처리장치)라고 하는데, 일꾼 역할을 하는거야. 이건 하드디스크. 각종 물건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맡고 있어. CPU가 하드디스크에서 물건을 가져와 흔히 램으로 불리는 메모리에서 일을 하는거야."

컴퓨터 수업이 끝나고 직접 메모리카드를 꽂아보는 재혁(12·송월초 6학년)이는 "선생님이 재밌게 얘기해주니까 이해하기가 쉽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다른 방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컴퓨터 본체에 자신이 그린 꽃과 나비 모양의 색종이를 오려 붙이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색종이에 정성껏 새해 소망을 적어 넣었다.

'2009년 내 소원은 야구부에 들기'. 송월초등학교 3학년인 현준이의 꿈은 야구선수. 내년에는 반드시 야구부에 들어가기 위해 요즘 열심히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단다.

"포수가 되고 싶어요." 박찬호같은 투수나 이승엽같은 홈런 타자가 아니고 왜 하필이면 포수냐는 질문에 현준이는 "공을 '탁' 잡을 때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 크리스 소서 부사장의 아내인 리사 소서씨가 컴퓨터 꾸미기 수업의 지도 교사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녀는 국내에 주재하는 미국 기업인들의 부인들로 구성된 AWC(American Women's Club) 회원이다. 매달 한 차례씩 그루터기 공부방을 찾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날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 임직원들이 '그루터기' 공부방을 찾아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선물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하고 있는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시민들이 기증한 중고 컴퓨터를 재활용해 지역의 소외 계층이나 청소년 공부방 등에 보내는 '그린 컴퓨터'(Green Computer)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김인숙 그루터기 원장은 "게일 인터내셔널의 도움으로 지난 여름 화장실과 부엌 하수배관을 고치고 지저분했던 장판도 교체할 수 있었다"면서 "매주 외국인과 내국인 영어 선생님들이 번갈아 와 아이들이 영어 공부에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내년 2월28일까지 캠페인을 벌인다. 중고 컴퓨터 기증 문의:(02)566-3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