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그간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인천타이거항공'의 설립을 포기하면서 시의 근시안적 행정이 또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시는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대회를 앞두고 항공 인프라 확보 명분을 내세워 지난해 9월께부터 지역항공사 설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11월 5일 세계 저비용 항공업계의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는 싱가포르 타이거항공(Tiger Airways)과 올해 초 인천국제공항을 근거지로 하는 저비용 항공사(LCC)를 설립하는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작성했고 지난 1월 31일에는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싱가포르항공이 최대 주주로 2004년에 설립된 타이거항공은 12대의 제트항공기로 중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17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던 터라 이때까지만 해도 '인천타이거항공'의 설립은 가시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올 들어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비용의 변동성과 항공수요의 격감으로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30여개의 항공사가 도산했고 앞으로 최소 30여개 정도의 항공사가 더 파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중론이 대세를 이루게 됐다. 국내 첫 저가 항공사인 한성항공이 운항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천타이거항공'의 날개를 꺾은 또 하나의 요인은 '항공 주권' 논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분 49%를 갖게 되는 외국자본(싱가포르항공)이 사실상 지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인천타이거항공은 지분·지배구조 및 항공주권 문제에 대해 매우 석연치 않은 점을 갖고 있고 밀실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시민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천타이거항공에 대한 반발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로 확산돼 국내 저가항공 4개사는 인천타이거항공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불허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동 탄원서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했다. 지난 10월 24일 인천시 국정감사에서는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인천타이거항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등 인천타이거항공은 정치권에서도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결국 사면초가에 놓인 시는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며 타이거항공 측에 프로젝트의 중단을 제의하기에 이르렀고 인천타이거항공 설립을 위한 특수목적법인도 해산 절차를 밟았다.

시가 인천타이거항공의 설립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1년 넘게 끌었던 '항공 주권'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시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졸속행정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천의 신인도 추락을 자초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