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일련의 파격적인 정책 집행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훼손과 각종 잠재리스크 등으로 당분간 금융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선진국들의 경기둔화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실물경제의 동반 침체 역시 그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한해 우리 경제 역시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작년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간 경제성장률이 2%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소비는 소비심리 위축,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마이너스 부(富)의 효과 등의 영향으로 부진이 심화될 전망이며, 설비투자도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던 반도체, LCD 부문에서 신규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여타 업종에서도 업황부진 전망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던 수출도 당분간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동반 부진 현상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경제 전 부문에 걸쳐 부진한 양상이 지속되면서 고용사정 역시 작년에 비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신규 취업을 줄이고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년층 뿐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하에서 우리 경기지역 경제 또한 힘든 한 해가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휴대전화, LCD, 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기지역 경제구조의 특성을 감안할 때 세계 경기침체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상승했던 경기지역은 부동산가격 약세에 따른 소비 여력 감소 가능성도 타 지역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보고 10년 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린다. 어떤 이들은 외환위기 때는 세계 경제 호황을 발판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지만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함께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은 위기 타개를 위한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견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연이어 찾아온 글로벌 IT버블붕괴, 신용카드 대란 등의 내우외환 속에서도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를 완벽하게 극복해 낸 저력이 있다. 또한 위기 극복을 위한 힘든 과정 속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개선되었다.
따라서 올 한해 우리 경제 각 경제주체들은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이 위기 끝에 다가올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와 정책당국은 중소기업 자금 및 신용지원, 재정자금 조기집행,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급격한 경기침체를 방지하는 경제 안정화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 기업들도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구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되 무리한 인적 구조조정은 노·사간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올 기축년 소의 해를 맞아 우직한 소의 발걸음으로 천리를 가듯이 우리 경제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나아가 2009년이 우리나라와 경기지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닦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