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역에는 박성식이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응축되고 축적된 연기가 서서히 용해되며 그 춤 향을 풍기는 미세 춤사위와 역동성은 인천의 관객들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어떠한 배역도 소화해내는 남성무용수의 심지 굳은 자세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단체관람 4회, 정기공연 6회라는 흔치 않은 무용기록을 세웠다. 작가 E.T.A. 호프만이 공포와 두려움을 판타지에 섞는 테크닉을 안무와 연출이 간과하지 않는다. 이 작품의 장점은 가정과 나눔, 소통과 희망,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발레와 교향악, 어떠한 장르와의 크로스오버도 가능하게 하는 이 작품은 요즈음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는 괴력을 지닌 작품이다. 인천시립무용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장 크리스마스 이브 가정풍경, 제2장 어두운 거실(모니터 속 세상), 제3장 미디어 전래동화 월드로 구성됐다.
가족 모두가 즐길 작품이 별로 없는 성탄, 연말연시의 인천지역에 산타의 선물처럼 내려온 이 작품은 1시간30분이라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자리를 뜨질 않았다. 이 작품은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국내·외 동화를 배합해 스키마 작업이 된 어린이들을 비롯한 가족 모두가 자기 작품처럼 편하게 쉽게 환호하며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전래동화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색의 나라) ▲심청(빛의 나라) ▲말 안듣는 청개구리(소리의 나라) ▲선녀와 나뭇꾼(이미지의 나라) ▲혹부리 영감(환영의 나라)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른들도 잃어버린 유년의 추억을 반추하는 마법을 지녔다. 겨울 호두의 구수함에 모두들 반한 것이다.
인천시립무용단은 그동안 한국 춤에 많은 공을 들여왔지만, 관객층 모두를 즐겁게 만든 이번 작품이 더 뜻 깊은 작품으로 생각될 것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큰 행복을 가져다 준 이번 작품,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장석용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