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형 비리사건 등은 정권이 바뀌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 정권에서 감추고 싶은 치부가, 계기가 마련되면 여지없이 밝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권하에서는 물론 친인척의 철저한 배제를 다짐했던 참여정부도 형님에게 '발목'을 잡히는 등 가족 옥살이가 정권마다 반복돼 왔다. 심지어는 이명박 정권도 집권 초기 영부인의 사촌 언니가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오점을 남겼다.
친인척 등의 비리는 어느 정권에서나 경계대상 1호다. 유혹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이 많을수록 관리대상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에서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도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의 첫 번째로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고 있다. 가족만을 중시하는 가정문화와 그로 인한 온정주의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떠나면서 아름다워야 하는 대통령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무언가에 짓눌려 무겁고 아픔을 간직한 듯한, 결코 아름답지 못한 모습의 근원이기도 하다. 기본이 무시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며,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바뀌어야 산다. 가장 청렴해야 하고 본이 돼야 할 대통령 주변 인물이 잘못된 행동으로 늘 문제가 된다면 대통령과 정부를 믿지 못하는 풍토가 고착화될 수도 있음이다. 궁극에는 양분된 국론의 대립각만 커져 정부정책의 실종으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기본이 망각된 사회로, 희망이 없어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힘은 기본에 있으며, 그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은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그 동력은 윗물에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소중한 가치인 믿음은 확고하고 튼실한 기본에서 비롯되며, 이를 견지해 나가는 사회여야 희망이 보인다. 윗물이어야 하는 권력 주변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간 자리는/ 떠난 뒤에도 아름다운 법입니다./ 사람에게는 뒷모습이 있습니다./ 꾸미지 않는 모습입니다./ 앞모습은 웃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면/ 그 사람은 울고 있는 것입니다./ 꾸밀 수 없는 뒷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실을 읽어 냅니다./ 뒷모습은 삶의 이력서입니다./ 뒷모습은 떠남입니다./ 다시 돌아오는 것과 뒷모습은 다릅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의 낙화 중에서)
뒷모습이 당당한,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운, 그래서 기본이 서는 사회가 기축년 화두며 해결 과제라야 한다.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고 귀감이 돼야 하는 분들의 철저한 자기성찰과 반성은 물론이다. 그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그들만의 서글픈 역사가 되풀이될 뿐만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오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배신감이 배가 될 수 있음이다. 떠나는 뒷모습에서 진실이 묻어나는, 기본이 서고 희망이 보이는 기축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