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배 (인하대 법대 학장·객원논설위원)
'위기가 기회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된다. 버티면 대박의 기회가 다시 온다'. 지치고 힘든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격려의 메시지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우리만의 목표나 구호가 아니라 중국의 구호이자 일본의 목표이기도 하다. 세계 제 1위의 외환보유고와 위안화를 무기로 갖고 있는 중국이 우리에게는 경쟁 상대이자 위협 대상이다. 세계적인 실용과학기술과 엔화로 무장한 일본 역시 강자의 지위를 확고히 할 기회로 삼고 있다.

IMF이후 10년 공부가 허사가 된 지금.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것인가. 눈물로 보따리를 싸던 10년 전을 상기시키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호소는 구차하다. 정부의 호소에 미동도 하지 않는 국민들이 묻는다. 위기가 극복되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된다는 것인가. 지난 10년간 애용한 신자유주의도 결국 가진 자를 위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불신과 분노의 핵심이다. 그래서 절실하게 지금, 새로운 '강대국'전략과 목표가 필요하다. 강대국의 길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민족의 힘'을 모아야 한다. 화교자본이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들은 해외 동포들을 위해 무엇을 했던가. 외국투기자본은 그렇게 우대하면서도 해외동포를 배려하는 정책에는 인색했다. 북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치 혹은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한 강대국의 꿈은 달성할 수 없다. 남북한의 통합과 포용없이 우리들이 강대국으로 진입할 방법은 없다.

둘째, '역사의 힘'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은 끊임없이 서북공정과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대한 중국의 영토와 이른바 소수민족을 포섭하기 위해 문화와 역사를 최전선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를 내세우면서도 홍콩과 마카오 등을 제도적으로 공존시키는 이유다. 역사상 강대국들이 포용정책을 펼친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피를 나눈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서도 차별적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잣대로 역사와 문화를 뭉개면서 곳곳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상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경험을 스스로 짓밟은 민족이 강대국으로 성장한 예는 없다.

셋째, '바다의 힘'을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최근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빌미삼아 함대를 아프리카로 보냈다. 강대한 해양국가와 군사강국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를 해양자원과 해저에서 찾으려는 야심도 마찬가지다. 평화협력을 내걸고, 무장한 자위대를 세계 곳곳에 파견하는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자원의 확보를 위해 세계의 바다와 해저를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수산부를 없애고, 대운하와 해안개발에 치중하는 국가로서는 해양대국이 될 수도 없다. 해양을 지배하지 않은 나라가 강대국이 된 예 또한 없다.

넷째, '과학기술의 힘'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의 IMF가 중국의 과학기술발전 5년을, 9·11 테러가 중국의 핵심기술발전 3년을 단축시켜 주었다고 말한다. 10년전 산업기술이나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보호장치가 있었다면 상하이차의 적대적 M&A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쌍용차사태는 한국경제가 중국에 의해서도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산업기술이나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경우 경제파국은 시간문제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런데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거나 외국인 투기자본에 대한 우대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2004년, 쌍용차를 팔아야 한다고 했던 사람들과 유사한 논거를 내걸고, 하이닉스와 주요 기업들을 팔기 위해 지금도 분주하다. 강대국의 꿈은 커녕 제 2의 IMF를 재촉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묻는다. 당신들은 강대국의 꿈이 아니라 왜 파탄의 길로 국민들을 내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