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현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얼마 전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인천의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장관이 중소기업인들의 손을 잡아주며 당부했던 말은 '제발 살아남아 달라'였다. '정부도 최대한 기업을 살리겠지만 기업들 스스로도 잘 버텨달라'고 그는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으면 승자가 되는 만큼 함께 힘을 합쳐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자고 격려한 뒤 돌아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올해 경제계의 지상과제는 단연코 '살아남기'다. 살아남는 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쓰나미가 훑고 지나간 뒤 다시 짜여질 경제질서 속에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위기 뒤에 찾아올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최후까지 무조건 살아있어야 하는 것이다.

고공 성장세에 익숙해 있던 인천항 하역업계가 다가오는 모진 시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물동량은 최근에는 평상시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고 있다. 상반기에는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희망도 있지만 진짜 바닥일지는 누구도 장담못할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라 할까. 올해 인천항에 개장 예정인 부두가 컨테이너 1선석을 포함해 5개나 된다. 물동량은 줄어드는데 부두시설은 늘어난 만큼 하역업체간 화물유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제살깎아먹기식 하역료 출혈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각자 살아갈 길만 찾다보면 인천항 하역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들의 몸부림은 처절해질 수밖에 없다. 사즉생의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한 하역업체 노조는 새해 시무식 직후 아예 교섭조차 하지 않고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을 타결지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상생(相生)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결단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었다.

상생의 정신은 전혀 예기치 못한 도약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한 건축패널 생산설비 수출업체가 그랬다.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얻을 수 있었던 막대한 환차익을 외국 발주업체에 돌려줬다. 기술개발로 생산원가를 절감하면 그것 역시 되돌려줬다. 조그만 이익을 포기하자 추가 물량 발주로 이어졌다. 창업 20년에 불과하지만 이 기업은 건축패널 생산설비 분야 세계 3대 기업중 하나로 성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를 비롯한 세계 경제전망은 암울해지고 있다. 금융에서 출발한 위기는 어느새 마이너스 고용이라는 통계치를 만들어내는 등 실물경기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커져가고 있다. 무엇인가를 내놓고 시작해야 하는 상생을 실천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나혼자 살겠다는 독생(獨生)은 안된다. 살아는 남되 더불어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 살아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