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영과 관련한 두사람의 리더십은 각 부처의 장관들이 사실상의 전권(全權)을 갖고 전면에 나서서 소관 업무를 책임지고 관장, 추진케 한 것이다. 대신 대통령은 장관들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고 다만 국가적으로 중대한 현안에 대해 결단을 내리고 국민과의 소통을 담당했다.
그같은 리더십에 의해 각 장관들은 소관업무에 관해 총리와 같은 자세로 확신을 갖고 일을 했다. 어떤 이슈가 제기되면 대통령대신 담당장관이 국민앞에 나와 설명하고 결정하고 해결에 전념했던 것이다.
소신있는 각료들에 대한 이들의 신임은 각별했다. 트루먼은 종전(終戰)직후 수개월동안 작성한 기념비적인 유럽재건계획을 참모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G 마샬 국무장관에게 하버드대학 연설서 발표케해 유명한 먀샬계획을 선보였고 나중에 마샬은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레이건은 재임중 내각에 모든 것을 맡기고 부인 낸시와 수시로 캘리포니아 목장에서 휴식을 즐겼다. 하지만 중요한 국책은 반드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과 TV연설 등을 통해 직접 발표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케하고 국가적 단합을 도모했다.
11개월째 접어드는 이명박 정부는 출범이후 계속 연발하는 사건과 현안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갖가지 현안으로 나라가 들끓고 어려울 때일수록 장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의 대부분 국민 앞에 서는 것은 장관이 아니고 대통령이다. 쇠고기파동 촛불시위, 남북관계의 교착, 수도권규제완화와 지방의 반발, 더욱이 세계적 경제위기의 파장으로 한국경제가 날로 악화되고 국민들은 가슴을 졸이는데도 장관은 보이지 않고 대통령만 바쁘게 뛴다.
분야별로 국민속에 뛰어들어 고통의 실상을 확인하고 위로하며 정부의 대책을 설명해주는 장관들은 없었다. 그토록 유능하다는 장관들은 어디로 갔는가. 자리를 내걸고 몸을 던져서 밤을 새워 해결책을 마련해 위기-국난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장관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상당수가 침묵속에 시국동향을 살피고 청와대쪽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소식만 들린다. 작년 쇠고기파동때 이 대통령이 정부의 대국민소통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는데도 까맣게 잊었는가.
소통을 게을리할 경우 늘어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만, 의구심, 불신임을 알아야 한다. 일부 장관이 청와대에 기자회견을 해도 괜찮겠는가 하고 물었다는 소식에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그토록 소신이 없는가. 특히 지난번 20여일간 입법전쟁으로 국회가 난장판이 되었을때 법안 통과의 시급성을 알면서도 장관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듯 한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야당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국민에게도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요즘 대통령만 경제위기 극복에 바쁘고 매일 대통령만 발언하는 형국이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통령이 할 얘기가 있고 총리나 장관이 할 얘기가 있다. 요즘은 장관이 해야할 얘기까지 대통령이 하는 느낌이다. 대통령이 이처럼 발언을 자주하면 부정적인 문제가 고개를 든다. 말의 권위와 무게, 감동과 신선도가 약화된다. 또 야당과 시민단체, 국민 각계가 대통령만 상대로 요구하고 비난하고 공세를 가하려한다.
이제 총리와 장관들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전면에 나서 경제위기 극복에 몸을 던져야 한다. 확고한 소신과 책임감을 갖고 경제살리기, 실업구제, 민생안정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과거 트루먼과 레이건처럼 이들을 진두지휘하되 중대결단과 대국민소통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소신과 책임감없이 보신(保身)과 눈치보기에 급급한 장관들은 당연히 물갈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