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원 (수원시의회 의원)
전통문화란 한 민족에 의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정착된 문화 즉 그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생활상이나 유적, 결과물들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문화는 단순히 우리 것이어서 지키자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 지켜야 한다고 본다.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는 우리의 전통문화인 코잡이 놀이가 잘 보전 돼 계승되어 오고 있다. 코잡이 놀이란 대형 줄다리기의 일종인 민속놀이다. 원래 고색동 지역은 바닷가 마을이었는데 바닷물이 밀어 닥쳐 마을 주민들이 물을 피해 인근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돌아와 정착했다 해서 고색(古索)이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고색동 코잡이 놀이는 조선 정조대왕께서 수원에 화성(華城)을 축성할 때 인근 백성들의 화합과 마을의 안녕을 위해 당시 버드내(현재의 세류동)벌판에서 성 안에 사는 양반과 성 밖의 평민들간 벌였던 줄다리기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 일본의 민족문화말살정책으로 코잡이 놀이를 하지 못하게 하였으나 마을에 액운이 생기거나 하면 감시의 눈을 피해 밤에 횃불을 밝히고 줄을 당겼다고 한다. 이후 경제발전과 도시화 바람에 밀려 명맥만 유지해오다 지난 1995년 고색동청년회가 주축이 돼 코잡이 놀이에 사용되는 대형 줄을 다시 만들고 놀이방법 등을 복원해 현재까지 매년 음력 대보름에 코잡이 놀이를 재현하고 있다.

따라서 정월 대보름이면 고색마을 원주민은 물론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코잡이 놀이를 하며 마을의 안녕과 주민간 화합,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며 한 바탕 흥겨운 놀이에 빠져든다.

특히 코잡이 놀이가 있는 날에는 아침 해가 뜰 무렵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의 수호신을 모셔놓은 당집에서 제를 올린 후 두레기와 영기를 앞세운 두레패들이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면서 한해 동안 닥칠 액운을 잠재운다. 이후 코잡이 놀이에 사용될 대형줄의 앞 머리인 용줄에 술을 붓고 고사를 지낸다.

이어 삼판이승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줄다리기를 벌이는데 수줄에는 신랑이, 암줄에는 신부가 올라타 줄다리기를 하며 수줄은 혼인한 남자가 줄을 다리며, 암줄은 부녀자나 청소년이 줄을 다리는데 암줄이 이겨야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해서 매년 암줄이 이긴다. 줄다리기가 끝난 후에는 참가자들이 함께 두레패들과 어우러져 흥겨운 놀이판을 벌이며 화합을 다진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의 전통문화인 코잡이 놀이가 고색동청년회와 마을 노인회 등이 주축이 돼 놀이에 필요한 대형줄을 만들고 보수하고, 두레패를 꾸려 연습하고, 지신밟기와 당 제를 올리고 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십시일반으로 충당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했다.

다행히 전통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김용서 수원시장님과 유병헌 수원문화원장님의 지원에 힘입어 올 해는 예년보다 더욱 알찬 코잡이놀이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해 미국 발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국내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주민의 화합과 가정의 행복 그리고 주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고색동 코잡이 놀이에 독자 여러분들을 초청한다. 오는 음력 정월대보름 날 고색동 일원에서 펼쳐지는 코잡이 놀이에 동참해 전통문화의 참 모습을 느껴보시고, 기축년 소띠 해를 힘차게 출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