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 한창인 송도국제도시 업무단지.

대한민국에서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송도국제도시다. 그중에서도 국제업무단지는 '상전벽해'의 정점에 위치해 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바다였던 송도매립지 한가운데에 64층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4개동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있고 바로 옆에는 송도컨벤시아가 태백산맥 형상으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송도컨벤시아 인근에선 마치 바벨탑을 쌓듯 65층짜리 동북아시아 트레이드타워가 하늘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올해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는 송도국제도시,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국제업무단지를 들여다보았다.

▲ 송도국제도시 업무단지 전경.

#가속도 붙는 송도국제도시의 선도 프로젝트, 국제업무단지

2003년 7월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이후 인천은 부산 진해, 광양만 등과 함께 국내 최초로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인천 송도앞바다 53.4㎢를 흙으로 메워 조성한 송도국제도시(송도지구)를 비롯 청라지구(17.8㎢), 영종지구(138.3㎢)가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이다.

이중 송도국제도시는 국내 경제자유구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의 선도주자다. 특히 송도국제도시내 국제업무단지(5.7㎢, 송도지구 1·3공구)는 올해 1단계 사업(2003~2009년)을 마무리하고 2단계사업(2010~2014년)을 준비하면서 개발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은 무려 24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민자개발사업으로 포스코건설과 미국 게일인터내셔널이 합작한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맡고 있다.

국제업무단지는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꿈꾸는 송도국제도시의 선도 프로젝트로, 단지내의 상업·업무시설은 송도국제도시의 앵커(anchor)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편리한 경영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숫자를 세기도 버거운 타워크레인이 2차원 평면을 3D로 둔갑시키며 바다위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신세계가 동북아시아의 경제 허브로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한 판단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은 미완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갖가지 형상의 마천루가 하늘로 솟구치는 것과 비례해 '꿈의 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국제업무단지내 주요 시설은

국제업무단지는 학교·병원·공원·공공기관·주차장·주거시설 등의 모든 기반시설에 디지털기술을 도입하여 통합 운영되는 '유비쿼터스 도시'로 건설된다. 여기에다 생태관·골프장 및 중앙공원 등 업무시설 이외에 풍요로운 여가를 위한 기반시설도 들어선다.

송도컨벤시아는 국제업무단지 프로젝트 중 첫번째 완성작으로 지난 2006년 3월 착공해 지난해 8월 1일 준공식을 가졌다. 부지 10만㎡, 연면적 5만4천㎡, 지상 4층 규모로 국제적인 종합 전시 컨벤션시설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어 오는 6월이면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키는 40만5천여㎡ 규모의 송도중앙공원이 국제업무단지의 중심부에 조성돼 도시의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키게 된다.

송도중앙공원은 해안·습지·구릉·계곡·산악지대 등으로 다양하게 형상화되는데 특히 공원내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수로를 조성한다. 공원에는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박물관과 조각공원·수족관과 전시실 등을 갖춘 생태관을 비롯해 자연학습장과 잔디광장 등이 들어선다.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로스가 설계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송도 '잭 니클로스 골프장'(18홀)은 올해 부분 개장한다. 이 골프장은 7천300야드에 이르는 골프 코스와 골프클럽, 수영장 등을 갖추게 된다.

2010년 3월 준공할 예정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국제업무단지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지하 3층, 지상 65층, 높이 305m, 연면적 19만9천630㎡의 규모로 1~33층은 업무시설, 34~65층은 204실 규모의 호텔로 구성된다.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주로 홍콩과 싱가포르에 집중되어 있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 유치를 통해 송도가 동북아 및 세계 업무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문화 공연을 즐기며 편안히 쉴 수 있는 세계적인 복합문화 휴양단지인 송도아트센터도 2012년 완공돼 2014아시아경기대회의 문화앵커시설 역할을 하게 된다.

국제업무단지는 지난해 영국의 세계적 부동산 연구기관인 '어번랜드 인스티튜트'와 '파이낸셜 타임스'가 공동으로 주관한 '친환경 도시 어워드 & 컨퍼런스'에서 '친환경도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동북아 트레이드 타워.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이처럼 외형상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국제업무단지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그중 하나가 NSIC가 지난 2006년 3월 1천700억원을 투입해 착공한 송도국제학교. 송도국제학교는 외국인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국내 최초의 외국교육기관으로 당초 올 9월 개교 예정이었다. 그러나 첫 학기에 외국인 학생이 315명, 내국인 학생 135명이 등록해야 하는데 도시개발 초기 단계인데다 도로 등 인프라 시설까지 미비해 외국인 315명 유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국인 학생 유치를 전제로 내국인 학생을 유치토록 한 '외국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이 송도국제학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포스코건설측은 주장하고 있다.

지연되고 있는 공립학교(초·중·고교)의 설립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송도국제업무단지내 공립학교는 2010년 학생 수용을 위해 늦어도 올 여름부터는 공사에 착수해야 하나 BTL(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학교를 설립키로 한 교육청은 현재 예산 부족으로 학교 설립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측은 아울러 송도국제도시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 인터뷰 /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

"내년 인천에 둥지… 도시 업그레이드 경제활성화 큰몫"

"인천을 가장 수준높은 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인천의 변화와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이 되자는 각오로 인천에 왔습니다."

조용경 포스코건설 부사장은 포스코건설이 지난 2003년 국제업무단지의 개발사업자로서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 본사를 인천으로 옮기고 직원 1천300여명이 사원아파트에 입주하는 등 인천과의 연결고리가 더욱 단단해지기 때문인지 그의 명함에는 '2009인천세계도시축전'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외국 기업을 향해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에 와서 기업활동을 영위하라고 하면서 정작 당사자인 포스코건설이 송도국제도시가 아닌 곳에 적을 두고 기업활동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내년이면 실질적 본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서울사무소가 송도로 이전하면서 4천여명의 직원 및 가족들이 인천에 새 둥지를 틀게 되는데 이들의 소비생활이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의 말 속에서는 인천의 향토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졌다.

조 부사장은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나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송도국제학교 설립 문제 등 국제업무단지의 현안에 대해 언급할 때는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는 한마디로 서울 강남이든, 경제자유구역이든, 강원도 산골이든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집만 지으라는 것입니다. 송도국제도시는 말 그대로 국제도시이니 외국인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최고급 건물을 지으라고 요구하면서 그 가격은 얼마 이내로만 받으라고 한다면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

그는 송도국제학교에 적용되는 '외국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을 위한 기초적인 정주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외국기업 유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NSIC가 2006년 3월 1천700억원을 직접 투자해 송도국제학교 공사에 들어갔는데 9월 개교를 앞두고 관련법의 미비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외국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내국인 학생을 30%까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이는 총 정원의 30%가 아닌 재학생 수의 30%로 내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선 외국인 학생 유치가 전제되어야 하는 터라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제학교와 달리 외국인학교는 재학생수가 아닌 총 정원의 30%내에서 내국인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외국기업 투자유치를 위한 정주환경을 조성하고 국내 학생들의 유학에 따른 외화 유출, 기러기 아빠 등의 사회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교육 경쟁력을 높이자는 당초의 입법 취지에 맞도록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