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인천방문의 해다. 오는 8월에는 인천세계도시축전이 개최된다. 인천시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인천공항 환승객은 이미 인천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인천시에는 그러나 공항 환승객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그 실태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내국인도 이해하기 힘든 템플투어
'용궁사는 원효대사가 신라 문무왕 10년(670년)에 영종도 동북쪽 기슭에 건립했다고 전한다. (중략) 지금은 관음전 용황각 칠성각 요사체 등의 건물과 최근에 조성한 11의 미륵불이 있다'.
하루 1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인천 영종도 용궁사의 안내 표지판이다. 내국인도 이해하기 힘든 이 글을 외국인이 이해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난센스다.
이 표지판에 영문으로 16줄에 걸쳐 표기해 놓았으나 사찰내 건물의 이름과 우리의 역사적 인물 및 불교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과연 이 글을 읽고 한국의 사찰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외국 여행객들에게 이 표지판에 대한 통역 역시 제대로 이루어질지가 의문이다.
사찰의 역사만큼이나 신라시대 및 국내 사찰의 구조 또 사찰의 건립목적 등 상당한 지식이 수반돼야 하는 전문 통역 아니면 외국인들에게 일반인 영어로 이글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임에 틀림없다.
지난해 인천공항 환승객들 가운데 환승투어에 나선 1만2천204명 가운데 38%인 4천589명이 이 사찰을 찾았다. 환승투어 코스 가운데 제일 많이 찾았으며 인천공항 개항이후 환승객 투어 장소로 1위를 차지하는 곳이다.
이러한 한국을 알리는 투어코스의 핵심역할을 하는 장소에대한 소개 표지판은 달랑 1개뿐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는 물론 앉아서 국내 고유의 차를 마실 공간도 없다. 외국환승 투어객을 위한 기본적인 소프트웨어가 전무한 실정인 것이다.
영종 용궁사가 외국 환승투어객의 주 코스가 되는 것은 인천공항에서의 대기시간이 2~3시간 이내로 이 시간대 가장 가깝고 한국을 알릴 수 있을 만한 장소로 용궁사가 불가피하게 선택된 것이다.
환승객의 투어장소로는 용궁사 외에 인천 차이나타운과 쇼핑 등 69%가 인천지역에서 관광했다. 그리고 서울 경복궁 투어가 38%이며 경기도 휴전선 등이 1%로 집계됐다.
#기본적 소프트웨어도 구축못해
환승객 투어에 대한 인프라 구축은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공항 개항 이후 문화관광부는 물론 인천시와 인천공항공사 등 관련기관들이 해마다 대책을 쏟아놓았다.
그러나 전혀 실현되지 않은 공염불에 그쳤으며 또 아이디어 부재와 기본적인 스프트웨어 구축도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는 환승객을 위해 연간 2억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다. 이 비용은 차량 3대 임대료와 운전기사 3명 고용으로 대신하고 있다.
관광공사가 공항이용료로 인천공항에서 출입국 여행객에게 1만원씩 거두어 연간 1천500억여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에 비해 환승객 관광에 쓰는 비용은 글자 그대로 형편없는 예산이다.
인천시 역시 인천 알리기에 역점을 두면서도 이러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과 인프라 구축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환승객이 제일 많이 찾는 용궁사의 경내 진입로 정비는 물론 쉼터와 먹을거리 장소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환승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역시 각 기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 투어장소에 대한 하드웨어 구축은 자치단체 혹은 정부가 마련, 환승객 유치 홍보를 해야 하나 기관들이 외국인 투어 역시 여행사 몫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환승객을 담당하고 있는 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여행장소가 선택되면 기본적으로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볼거리 및 이해할 수 있는 자료발간 또 쉼터 공간 및 고유 음식소개 등 다양한 시설을 우선 확보해줘야 하는데도 이를 수수방관하는 입장인 것 같다"며 "국내 토산품은 물론이고 한국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식당이나 사찰 기념품 및 서적 등 기초적인 편의시설만 구축하더라도 외국인들이 호주머니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승객 늘어 오히려 기회
2008년도 인천공항 환승객은 개항이후 처음으로 400만명을 넘었다. 항공수요가 경제불황으로 평균 5% 넘게 줄어든 것을 볼 때 환승객 증가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인천공항 환승객은 수년간 12%대에 머물렀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에는 15%를 기록하면서 인천공항의 허브기능에 희소식을 안겨준 것이다.
환승객이 늘면서 지난해는 처음으로 환승투어객도 1만명이 넘어섰다. 연간 환승투어객이 연평균 5천여명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다.
환승객이 늘어나면서 많은 외국인이 투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환승객들이 공항에서 인천투어에 나설 경우 5달러(용궁사)에서 20달러(인천권역)를 지불한다.
그러나 이들의 투어에 따른 돈 씀씀이도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투어서비스 개선이 시급한 과제이다.
인천시는 도시축전에 맞춰 지난해 1월 (주)자유투어 여행사와 인천국제공항 환승대기 승객의 도시축전 관람을 유도하기 위한 환승투어 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약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6시간 이상 환승대기 승객을 대상으로 5시간 이내에 도시엑스포 행사장과 인천지역을 관람할 수 있는 '트랜싯 투어(TRANSIT TOUR)' 관광 상품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천공항 환승객의 평균 대기시간이 2시간에서 3시간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의 구상이 여전히 먹혀들지 않았으며 현재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환승객에 대한 사전 정밀 분석과 요구사항 그리고 투어개념부터 다시 바로잡아 늘어나는 환승객 투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시·공항공사·여행사 역할분담… 신규프로그램 개발·실행 필요"
"지난해 환승투어객이 무려 40% 이상 늘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환승관광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설 때입니다."
환승객 투어를 담당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남중순 여객서비스팀장(53).
세계경제 불황 여파로 인천공항 승객이 감소했으나 오히려 환승객이 증가해 투어객도 늘었다며 "이즈음 환승투어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그램 개편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남 팀장은 "환승투어객 약 69%가 인천을 방문해 실제 인천은 환승투어객 유치에 적격"이라며 "올해 인천시의 도시축전 등 큰 행사를 앞두고 서둘러 이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내 자유여행사가 환승투어를 담당하고 있으나 여행사가 모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하드웨어를 구축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인천시와 공항공사 그리고 여행사가 해마다 늘고 있는 환승투어객 몰입에 집중 투자할 시기이기 때문에 각자 책임 역할을 놓고 새롭게 프로그램을 짜 토론을 거쳐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서두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올해 환승투어 신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남 팀장은 "환승투어객의 서비스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이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게 된다"며 "각 기관의 과감한 예산투자는 오히려 이익이 수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거리상 환승투어객의 인천시내 진입이 수월해 인천방문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고 밝힌 남 팀장은 인천시의 해당 산하부서의 TF팀 구성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