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주원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아! 어찌 이런 일이!

설 연휴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탄식이다. 나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하다. 바로 용산 철거민 참사와 군포여대생 살해사건을 두고 드는 생각이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을 앞두고 벌어진 사건들이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고 한숨 쉬게 만들고 있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농성 하루 만에 마치 테러진압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찰특공대와 용역 '깡패'에 의해 벌어진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작전은 6명의 철거민과 경찰의 목숨을 앗아갔다. 또한 작년 말 실종되었던 군포의 여대생이 결국 주검으로 발견되고 살해 용의자가 붙잡혔다.

이 두 사건은 얼핏 보면 아무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공권력'이라는 그럴듯한 수식어로 포장된 권력의 폭력과 개인의 야만스런 살인이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니? 그런데도 내 머리 속을 맴도는 비슷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1주일 내내 나를 사로잡은 이 생각의 결론은 바로 '물신주의'였다. 고귀한 사람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한 사회,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 돈이면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이런 사건을 만든 것이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발 자본과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소수의 사람들에 기대어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수많은 세입자의 생존권은 아무런 고려없이 무시돼도 좋은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이런 생각이 마치 '공익'인 것처럼 포장하여 권력을 폭력적으로 사용한 것이 결국 용산의 참사를 만든 것이다.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정황으로 보면 돈을 위하여 살을 맞대며 살던 사람을 손쉽게 죽이고 성폭력하려다 반항하자 아주 손쉽게 꽃같은 젊은 여성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과 증거인멸을 위하여 모든 손마디를 잘라내어 암매장한 것, 나아가 빼앗은 카드로 치밀하게 돈을 인출한 것도 돈이면 어떤 여성도 살 수 있고 돈이 된다면 거리낌없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런 사건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경제를 살린답시고 뭇 생명을 죽이는 4대강 정비사업으로 포장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시작되고 소수의 재벌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가 시도되며 소수의 가진 자를 위하여 부동산 규제가 풀리고 있다.

많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니 이를 폭력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하여 여론을 무시하고 언론을 통제하기 위하여 갖가지 무리한 기도가 이루어진다. 법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권력의 폭력이 도처에 난무하고 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이다.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돈이면 무엇이든 할 태세다. 다시 1970, 80년대의 폭압적인 사회로 회귀하든 말든 경제를 살린다는 허구에 속아 넘어가고 재개발로 이익이 생길 것 같아 앞뒤 보지 않고 표를 몰아준다. 이게 바로 현재 한국사회의 현주소이다. 어찌 절망스런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해야 할 것인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가진 자든 못 가진 자든 배운 자든 못 배운 자든 능력이 있든 없든 자신의 역량껏 사회에 기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한마디로 건강한 공동체 사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사회, 돈이 없다고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의 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더욱 절망스럽다. 생존권을 외치던 사람들을 폭도로 규정하여 모든 책임을 덧씌우며 앞으로 더욱 '공권력'을 강화하겠다 하고 있고 범죄를 예방하겠다며 인터넷이 검열되고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들이 거론되고 있다. 어디에도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