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라기논이라는 순 우리말이 있다. 물을 댈 시설이 없어 하늘에서 비오기만을 바라야 하는 논을 일컫는다. 다시말하면 천수답인 셈이다. 이들 논들은 주로 산비탈이나 고산지대에 있어 현실적으로 물을 끌어 들이기가 힘든 탓에 늘상 비가 오기를 바라며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다. 어찌보면 문전옥답과는 정반대라 하겠다.

특히 가뭄 때의 천수답은 그야말로 쓸모없는 경작지다. 논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벼는 강렬한 햇볕에 타들어 가기 일쑤이다. 벼농사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이런 천수답을 거의 보기 어렵지만 과거 20~30년 전만 해도 전국에 걸쳐 이런 논이 상당해 농민들의 가슴을 태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상황의 타개책은 단연 단비가 내리는 것이다. 단비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를 말한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이런 비는 벼농사는 물론이고 농작물 성장에 금상첨화이다. 그래서 단비의 명칭도 구한감우·감패·자우·택우·혜우 등등 다양하다. 그만큼 단비는 어려운 상황의 해결책이 될 수 있어서일 게다. 그 양이 흡족하다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으나 혹시 집중호우라면 또다른 피해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일까. 어렵고 힘든 상황은 곧잘 천수답에 비유된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도 천수답에 빗대 천수답 경제라고도 한다.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어 그저 하늘만 쳐다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답답하고 어려움은 가중되지만 그래도 단비가 내린다면 금방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상태이다. 곧 호재를 바란다는 얘기이다.

근간에 속속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참 암울하다. 그 종착지가 어딘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조차 힘든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이럴 때 국민들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하는 단비라도 한차례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게 그리 쉽지 않은가 보다. 정부가 경기부양책 등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아직 땜방처방인 미봉책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 갈증을 단번에 날릴 수 있는 그런 홈런성 묘책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