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강호순(38)의 범행증거물이 수원시 당수동 축사에서 나옴에 따라 그가 이 축사를 부녀자 연쇄살인 범행의 '베이스캠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2006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 간 이어진 7건의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은 수원시와 군포시, 안산시, 화성시 등 4개 시에서 발생했다.

   7명의 실종 지점이나 시신 암매장 지점은 행정구역만 보면 광범위해 보이지만 모두 당수동 강 씨 축사에서 반경 7㎞ 이내 거리에 있다.

   또 각 지자체의 외곽에 위치해 있어 주택가가 형성되지 않은 황량한 개발 소외지역이자 방범초소나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치안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도로변에 띄엄띄엄 설치된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논과 밭을 지나 도로로부터 떨어진 작은 마을로 들어가는 어귀에 설치된 것이 대부분이다.

   축사 주변에는 최근 국도 42호선(수인산업도로)과 39호선, 의왕-고색 고속화도로 등 광역 도로망이 연결됐다.

   이 도로망은 개발에서 소외된 경기도 서남부에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목적이지만 야간이나 새벽에는 통행량이 많지 않아 강이 부녀자를 납치하고 살해한 뒤 눈에 띄지 않게 시신을 처리하기에 용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주부 김모(당시 48세) 씨가 실종된 수인산업도로 버스정류장은 당수동 축사와 직선거리로 1.5㎞에 불과하고 농로를 따라 차량으로 이동해도 3㎞ 안팎 거리에 있다.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안산시 성포동 야산도 8㎞ 거리이고, 수인산업도로와 국도 39호선을 타면 10~20분이면 갈 수 있다.

   2007년 1월 여대생 연모(당시 20세) 씨가 실종된 수원시 금곡동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도 당수동 축사에서 1.5㎞ 정도로 가깝다.

   2006년 12월 실종된 노래방 도우미 박모(당시 37세) 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안산시 사사동 야산 역시 당수동 축사에서 2㎞ 이내로 지척이다.

   박 씨를 비롯해 피해자 3명의 휴대전화가 꺼진 화성시 비봉 나들목 주변도 이 축사와 6.5㎞ 거리에 있다.

   강호순은 지인의 소개로 당수동 축사를 2006년 4월 임대해 소 20여 마리, 돼지 10여 마리를 키웠으며 축사를 임대하던 해 겨울부터 부녀자 7명을 납치, 살해하기 시작했다.

   당초 축사 임대목적이 가축을 키우는 것이었겠지만 주변의 이런 조건이 축사 용도를 범행 아지트로 발전시켰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축사는 2002년 8월 이모(여) 씨가 고모 씨로부터 매입했고 그 중 건물만 2005년 9월 이 씨 딸 김모 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김 씨는 "다 쓰러져가는 축사를 방치할 수 없어 이웃 소개로 (강호순에게) 연 10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받기로 하고 빌려 줬다"이라며 "임대계약서를 작성할 때 축사 옆 집에서 한 번 만나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본부는 지난 24일 강 씨 검거 직후 당수동 축사를 주목하고 나흘간 감식을 벌여 실종자와 동일한 유전자가 검출된 점퍼를 비롯해 다른 옷가지와 곡괭이, 삽, 신발 등 범행 연관성이 의심되는 물건들을 발견했다.

   이후 축사 내 트럭에 있던 강호순 소유 점퍼의 소매에 얼룩으로 남아 있던 혈흔(또는 체액)의 유전자가 실종자의 것과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 추궁 끝에 여죄를 모두 자백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