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대 의료경영학부 교수
인간은 건강하고 웰니스하게 장수하기를 바라나 그것은 생각과 같이 그리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를 대비하는 현실과 제도간에 어떤 괴리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파로 생활고와 질병 등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노인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노인의 자살률은 지난 외환위기 때보다 두 배나 높으며 고령화 속도보다 노인자살률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초고속 경제성장에 기여한 이들의 황혼기에 쓸쓸한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노인자살 예방을 위한 실천적 정책 수립방안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 자살률은 1998년 10만명당 37.96명에서 2007년 73.61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고 왜 이런 방법으로 노인들이 세상을 떠나야만 했고 앞으로 떠나보내야만 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의 상실, 이로 인한 사회적 소외일 것이다.

노인들이 처한 현실을 볼 때 우리도 이제 노인을 위한 패러다임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1세기 복지정책의 방향은 효율성과 평등성의 조화를 통하여 노동유인을 훼손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고, 동시에 사회적 평등성을 제고하는 생산적 복지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즉, 전국민 기초생활을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보장을 실시하되, 근로능력이 있는 자의 일시적인 소득중단(실업자)에 대해서는 직업훈련, 창업지원, 공공근로 등과 연계시키고, 근로능력이 없는 노령계층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을 통하여 실질적인 기초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하나 제도와 현실간에는 괴리가 있다.

특히 복지정책에는 많은 재정지출이 수반되고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는 더더욱 재정확보와 지출확대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이 시기에 근로능력이 없는 경제적 약자인 노인들을 함께 지켜줄 수 있는 사회 안전망과 완충지대는 더더욱 절실하다. 이를 위해 세대간 계층간에 창조적인 공존의 해법을 찾아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활고에 찌든 노인들과 질병의 고통으로 힘든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함께 보듬어 줄 수 있도록 근본적 재고를 통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전체 사회가 노인에게 공적제도를 통해 경제·사회적 발전 수준에 부합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제반 삶의 질을 확보해 줄 수 있는 기초보장 즉, 국민복지기본선이 구축되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를 살펴볼 때 질병의 고통은 건강보험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로 기본적인 틀은 갖추어져 있으나 보장률과 본인부담률, 급여의 범위와 수준, 대상 등을 볼 때 아직 OECD의 평균을 밑돌고 있고, 경제적 보장에서의 연금제도는 실질적인 노후보장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적보험 등 개인적으로 노후설계가 되지 못한 노인 중 근로능력이 없는 노령계층에 대해서는 기초연금제도를 과감하고 현실에 맞게 개선방안을 강구함으로써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령화되는 세계는 지금 치열한 세대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기성세대와 미래세대, 노인과 젊은이들이 복지혜택과 부담액을 놓고 갈등하며 충돌하는 현실 속에서도 독일과 일본은 '신세대 계약'으로 창조적 공존의 해법을 선택했다. 이제 우리도 세대간, 계층간의 사회적 연대에 의해 자조가 뒷받침되는 사회(caring world)를 구축하기 위해 과감하게 창조적 공존을 위한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