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분석관이 아니라 범죄분석요원으로 불러주세요"

연쇄살인범 강호순(38)의 자백을 이끌어 낸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탄 범죄분석요원(프로파일러·profile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현장에서 뛰고 있는 프로파일러들은 '범죄자들의 행동과 심리유형 등을 담당한다'는 정도의 업무 소개에 대해 내심 불만이 많다. 프로파일러는 단순한 심리학 담당자가 아닌 범죄분석 전문 과학수사요원이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2일 범죄분석요원들에 따르면 프로파일(profile)은 사람의 옆 모습 또는 외모, 성격과 활동상황에 대한 개요를 말하며, 프로파일링은 범죄현장 및 범행과정, 수집 증거 등을 근거로 범죄자 특성과 행동을 추론해 수사기관에 용의자 이미지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련의 작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프로파일러는 살인 등의 강력사건에 대한 프로파일링 결과를 해당 수사경찰에 통보하고, 경찰은 수사결과를 프로파일러에게 제공해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도록 하는 게 더욱 정확한 업무라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다.

경찰청의 범죄분석업무 운영지침에도 프로파일러의 정식 명칭은 범죄분석요원으로,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과학수사기능에 배치된 범죄분석 전문 과학수사요원으로 정의돼 있다. 실제로, 이들 요원이 실행하는 프로파일링 업무는 광범위하다. 이번 강호순 사건에서 발휘된, 심리학적 배경지식을 토대로 하는 수사심리학 프로파일링을 비롯해 거주지역 등 지리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지리추정 프로파일링, 범죄현장 증거물품 등을 감식해 범죄자를 추론하는 행동증거분석 프로파일링 등이 그것이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이번 강호순 사건은 범죄심리 외에도 매장·시체유기지역 분포, 점퍼혈흔 등 많은 특징이 프로파일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큰 선례"라며 "이 밖에도 흉기와 시체배치, 심지어 사용하는 마스크 등에서도 유형을 추론할 수 있는 등 프로파일링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