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의 그늘이 더 깊어지면서 서민들의 발걸음이 힘겹기만하다. 5일 인천시 동구 만석동 쪽방촌의 한 주민이 일거리를 찾지 못한 채 어두운 쪽방으로 향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날씨는 예년에 비해 포근하지만 서민들의 가슴엔 한파가 몰아친다. 한시라도 빨리 혹독한 겨울이 지나기를 소망해보지만 겨울의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리 엄마 일 좀 하게 해주세요"라며 인천의 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는 버거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절규를 함축한다. 아름다운 것, 좋은 것만 보아도 부족한 시기에 동심은 어느덧 고통스런 세상살이에 멍들고 있다.

6살난 기현이(가명)는 얼마전 영문도 모른 채 엄마(37)의 손에 이끌려 인천의 한 노숙인 쉼터에 입소했다. 언제부턴가 아빠의 소식도 끊어졌다. 함께 입소한 누나(8)에게 자꾸만 가물가물해지는 아빠의 소식을 물어봐도 모른다는 대답뿐이다. 경기침체로 남편이 일자리를 잃은 후 25만원의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편이 되면서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거리로 나와 찜질방을 전전하다 결국 쉼터에 둥지를 틀었다. 이 쉼터에는 비슷한 사정으로 입소한 가족이 몇몇 더 있다. 문제는 이 쉼터 마저 포화상태라는 점.

쉼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께부터 입소자가 크게 늘었다"며 "여성 쉼터의 경우, 전에는 가정폭력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쉼터를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남편의 실직에 따른 가정파탄이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서민들의 피폐해진 삶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인천시에 따르면 2008년 긴급복지지원가구는 1천780가구(2천173명)로 전년의 1천384가구(1천659명) 보다 28.6% 늘었다.

긴급복지 지원이란 갑자기 생계수단을 잃은 가정에 한시적으로 생활비,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제도. 올들어서는 1월말 현재 전년 같은 기간(158가구) 보다 68.4% 증가한 266가구가 긴급복지지원가구로 분류돼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을 받았다. 특히 생계비 지원가구의 경우, 지난해 8가구에서 올해 79가구로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9년의 2월, 서민들은 보이지 않는 '희망'을 갈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