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잘 못 가겠지만 이제 대학생이 된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어느덧 한국 나이로 20살. 이제 귀여운 소녀의 발랄함보다 성숙한 여인의 싱그러움이 더 어울리는 나이가 된 김연아(고려대 입학예정)가 꿈꾸는 자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연아는 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 프레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가끔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코치와 안무가 모두 하고 싶다"라며 어렴풋한 미래의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이어 "선수 생활과 코치는 전혀 다를 것"이라며 "선수로서는 모르겠지만 내가 코치의 자질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정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서다. 김연아는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해봤다. 당장 내년의 올림픽도 그렇고 앞으로 이뤄나가야 할 일들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라며 "그래도 결국은 당장 앞에 닥친 일만 생각하는 게 맘도 편하고 집중이 잘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순간마다 열심히 하는 게 부담도 적다"라며 "무엇보다 조금 실수가 있었지만 4대륙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 올림픽이 열릴 곳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우승"이라고 덧붙였다.

   ◇"에지 판정은 심판의 몫"
김연아는 이번 시즌 갑자기 '교과서 점프'로 인정을 받아왔던 트리플 플립에 대해 심판들이 잇달아 '롱 에지(잘못된 에지 사용)'와 '어텐션(에지 주의)' 판정을 내린 문제에 대해선 다소 의아스럽지만 헤쳐나가야 할 과제라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김연아는 "어떤 대회를 가든 심판들이 보는 기준이 다르게 마련"이라며 "내가 더 정확하게 뛰어 앞으로 롱에지나 어텐션 마크가 불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동안 문제가 없어서 걱정을 안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대로 하고 있지만 내가 심판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 "나중에 좋은 친구가 돼야죠"
주니어 시절부터 항상 비교의 대상이 돼 왔던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에 대해선 경쟁자라기 보다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연아는 "선수로서 비교가 많이 되고 한국과 일본의 언론에서도 둘의 경쟁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솔직히 현재 상황은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나면 전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라이벌이라서 서먹서먹하지만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대학생..책임감 느낀다"
김연아는 지난 6일 열렸던 모교인 군포 수리고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날 김연아는 밴쿠버에서 프리스케이팅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내달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입학식도 세계선수권대회(3월23-29일.미국 LA) 일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 인생에 남을 추억거리가 없어진 셈이다.

   김연아는 "한국 나이로 20살이 됐는데 돌이켜보면 그동안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다니지 못해서 아쉬운 심정이 있다. 그렇지만 정말로 중요한 게 운동이라서 어쩔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대 시절에 운동하느라 못해본 일도 많기는 하지만 지금 이 길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서 포기해야 할 일들은 있게 마련이다. 아쉬운 것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특히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대학교에도 못 갈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학교에는 출석하지 못해도 대학생이 된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매니지먼트사의 도움이 커요"
주니어 시절 김연아는 어머니로서, 매니저로서, 때로는 코치의 역할까지 맡으면서 1인 3역을 해왔던 어머니 박미희(52) 씨와 함께 스폰서도 없이 힘들게 운동을 해야만 했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따내고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따며 한국 피겨 역사를 바꿔놓았을 때도 해외전지 훈련 비용을 걱정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바뀌었다. 지난해 광고로만 벌어들인 돈이 4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광고주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훈련 환경도 180도 변했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2007년 IB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면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라며 "예전에는 어머니가 인터뷰 요청을 비롯해 대회 정보 등 모든 일을 챙겨야만 해서 정리가 안 되고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훨씬 편하다. 좋은 이미지를 갖고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막판 '타고난 선수라는 칭찬을 인정하나'라는 질문에 김연아는 "타고난 재능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재능과 노력이 반반인 것 같다. 타고났지만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재능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