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섭 (경기도 서기관)
며칠 전 모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의혹과 관련해 답변하면서 흘린 눈물과 관련해 '장관 이전에 아버지…'라는 제하의 언론보도를 접했다.

양평 어느 지역에 구입한 농지가 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내가 가슴에 병을 앓고 있어, 여생을 그 곳에서 채소를 가꾸기 위한 것이었다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가슴의 병'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답변할 것을 요구하자 한참을 망설이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몇 해 전 아들을 잃었다"고 고백하는 한 아버지의 가녀린 모습이 방송을 통해 소개됐다.

장관이라는 직위 이전에 한 자식의 아버지로서 또다시 가슴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이 시렸을까? 자손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말을 한자어로 비참할 '참(慘)'자에 슬퍼할 '척(戚)'자를 써서 참척(慘戚)이라고 한다. 얼마나 비참하고 참담한 일이면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비유까지 할까!

얼마 전 나이 80세를 훌쩍 넘긴 원로 희극인 송해씨가 모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외아들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또한 먼저 간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눈물부터 난다는 탤런트 박원숙씨의 이야기.

사랑하는 아이를 저 세상으로 보내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필자로서는 아버지들이 흘리는 이같은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4년전 세상 떠나던 때나 지금이나 아이를 떠올릴 때면 눈물부터 나오는 걸 어찌하랴. 행여 남들이 볼까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이내 들키고 말았던 아픈 기억들.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의미하듯이 가슴에 묻은 한(恨)이 어찌 세월이 흐른다고 잊혀질 수가 있으랴. 흔히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눈물에 대해 '열달을 뱃속에 품었다가 낳은 어머니의 심정에 비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아버지들이야 알코올에 의지해 잠시나마 슬픈 마음을 달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내를 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도 한다. 그러기에 아내를 위해 농지를 구입했다는 장관 내정자의 답변에 대해 같은 아픔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보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버지로서 겪는 아픔 또한 감내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아이를 잊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아이의 뒤를 따르는 아버지 또한 많다. 하지만 남아있는 가족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죽음이라는 무책임한 최악의 선택만은 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또한 우울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지 못하고 이혼,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성 특유의 강인함과 진한 모성으로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는 어머니들 또한 많이 있다.

자식이 없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많은 버거움도 있지만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주어진 운명에 순응할 줄 아는 삶의 지혜 또한 필요할 것이다.

비록 자식은 가슴에 묻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모 장관. 그가 인사 청문회장에서 흘린 눈물이야말로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부성을 고스란히 담은 진한 연민의 눈물이다. 동시에 같은 아픔을 겪고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본보기임에 틀림없다.

이제, 어떠한 이유로도 자식을 먼저 보내는 아픔으로 소중한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눈물을 흘리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