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윤 (문화체육부 차장)
축구 경기에서 경기 시작 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페어플레이란 기(旗)가 있다. 규정을 준수하고 스포츠맨십에 입각해 정정당당하게 경기하는 태도를 뜻하는 페어플레이는 스포츠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요즘 경기도 스포츠계는 말 그대로 혼란스럽다. 그동안 4년간 회장을 맡아온 종목별 가맹경기단체 수장들이 최근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대거 자리를 내놓았고, 이 틈을 타 일부 종목에선 개인의 이익에 부합되는 새로운 회장 영입을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특히 집행부의 실세인 가맹경기단체 전무이사는 향후 4년간 협회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노릴 만한 자리다. 가맹경기단체 전무이사는 회장의 신임을 받아 협회 살림을 도맡아하며 전국체전·소년체전 도대표 선발전 및 강화 훈련, 그리고 도체육회와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누가 어느 회장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실세의 판도가 바뀌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신이 내세운 회장이 경선에서 떨어지거나 당선되지 않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총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이 총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대의원총회의 대의원 자격 시비다. 자격없는 대의원이 투표권을 행사했다며 총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협회를 뒤흔든다.

또 총회의 적법성 여부도 논란거리로 등장한다. 총회 시기나 결정이 규정에 맞지 않거나 회장의 직인이 도용됐다는 등 다양한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모 단체의 경우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경선을 통해 A후보가 회장에 선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의원 자격 시비를 물고 늘어지며, 도체육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과연 이런 가맹경기단체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개인의 욕심을 앞세우고 있는 회장이나 전무이사, 대의원들이 앞으로 4년간 집행부를 맡게 된다면 제대로 된 선수들을 육성할 수 있을지. '항상 피해자는 선수들'이라며 외치고 있는 이들이 과연 페어플레이 정신을 알고 실천할지 모든게 의문이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때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에게 져 은메달에 그쳤던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의 멋진 장면은 지금도 우리의 뇌리에 남아있다. 당시 파이셔는 결승에서 한판패를 당하고도 최민호에게 손을 건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런 것이 바로 진정한 페어플레이 정신이 아닐까 싶다.

경기도 스포츠계도 이제는 자성해야 한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더이상 망가져서는 안된다.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스포츠맨십 입장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주위를 둘러본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또 유소년 시기부터 승부에 집착하는 '승리하면 그만'이라고 지도하기보다는 '얼마나 룰을 지키며 열심히 했는가'를 지적하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일깨워주자. 물론 진정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선수들에게 주문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