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싱가포르에서 열릴 제1회 유스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을 꺾고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또 고교생 국가대표로 뽑혀 올림픽에 꼭 나가는 게 또 다른 목표입니다"

   세대교체 진통을 겪는 한국 여자탁구가 에이스 계보를 이을 초대형 선수의 등장으로 가물의 단비처럼 반갑다. 주인공은 경기도 군포중 졸업반으로 군포 흥진고 진학이 확정된 양하은(15).

   양하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쟁쟁한 언니 선수들을 제치고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어 벌써 현정화-유지혜-김경아를 이어 한국 여자 탁구를 책임질 `차세대 에이스'로 손꼽히고 있다. 에이스 기근에 시달리던 한국 탁구로서는 희소식이다.

   여자탁구는 김경아(32.대한항공)가 서른 살을 넘었음에도 은퇴를 만류하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데려 가기로 결정했을 만큼 인재 부족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귀화한 당예서(28.대한항공)가 뒤를 받치고 있지만 나이가 적지 않다. 또 박미영과 문현정(이상 삼성생명), 이은희(단양군청), 석하정, 김정현(이상 대한항공)이 후발주자지만 에이스로는 아직 2%가 부족하다.

   차세대 간판 자리를 예약한 양하은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06년 종별선수권대회 단식 우승컵을 차지하는 `녹색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던 양하은은 2007년 중고학생대회를 제패했고 지난해에는 2관왕(종별선수권.회장기)에 올라 국내에서 기량을 입증했다.

   양하은은 국내 무대 성적에 만족하지 않았다.

   2007년 스페인 유스오픈 카데트(15세 이하) 부문에서 단체전 우승에 이바지하며 단식 2위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에는 헝가리 주니어오픈에서 3관왕(단식.복식.단체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카데트 부문 나이(당시 14세)임에도 18세 이하 언니 선수들을 제치고 최강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달 초 바레인주니어오픈 2관왕(단식.단체전)에 이어 카데트 부문 단식까지 제패했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도하 주니어오픈에서도 2주 연속 오픈대회 단체전 우승에 앞장섰다. 개인전이 진행 중이어서 다관왕 기대를 높인다.

   지난 1985∼89년 실업팀 대우증권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김인순(43) 흥진고 코치의 딸로 6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던 그는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드 드라이브 전형으로 169㎝의 큰 키에도 한 박자 빠른 공격이 강점이다.

   김인순 코치는 "하은이는 상대방 볼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회전량 많은 서브에 수비.연결력도 괜찮다. 백핸드로 득점을 많이 하지만 포어핸드 공격력을 높이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양하은은 지난달 열린 대표 상비군 2차 선발전에서 A조 3위(7승3패)로 3차전에 올라 14위(8승13패)에 랭크됐다. 상위 8명에 들지 못했지만 주니어 추천 2명에 포함돼 상비군 꿈을 이뤘다.

   그의 다음 목표는 고교생 국가대표. 국제탁구연맹(ITTF) 주니어 부문 세계랭킹 13위이자 카데트 부문 2위인 양하은은 "세계 최강자인 중국의 장이닝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엄마를 대신해 태극마크를 달고 큰 대회에서 메달도 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