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적 정실에 얽매여 주변인사만 고르고 골라서 쓰는 이 나라 역대정권과는 너무나 판이하다. 지연, 학연도 모자라 다시 군인, 가신, 코드 따위로 좁혀 친위세력을 구축하는 형태 말이다. 이런 편협한 인사정책이 나라를 어지럽혔건만 이명박 정부는 한 수 더 뜬다.
오바마는 경선과정에서의 정적을 발탁하고 반대당인 공화당 인사들을 중용한다. 인종도 백인, 흑인, 히스패닉계, 아시아계로 다양하다. 여성의 참여비율도 높고 연령층도 고루 분포되어 있다. 미국을 흔히 하나로 녹아내는 용광로라고 하지만 여전히 백인 중심의 사회다. 그 점에서 그의 인사정책은 무지개처럼 다채로워 과거정권과는 다른 면모를 갖췄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잇따른 낙마가 있어 흠집이 생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초대내각을 꾸린 다음 영어로 '베스트 어브 베스트'(best of best-최고중의 최고)라며 흡족해했다. 그의 자평과는 달리 여론의 반응은 절망적이었다.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 '강부자'(강남 땅 부자), 'S라인'(서울시청)이라는 시쳇말이 그의 철저한 연고주의의 편협성을 질타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국민을 의식하지 않는 그의 인사정책은 변화를 모른다.
등용범위가 협소하다보니 번번이 능력과 자질이 도마에 오른다. 인사청문회에서 허물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이 드러난다. 편법증여, 위장전입, 명의신탁, 농지매입, 세금탈루,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등 말이다.
이상하게도 청와대는 아무 탈이 없는 듯이 나온다. 피지명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의례로 아는지 "아니다", "모른다"로 끝까지 버틴다. 결국 정권은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입고 국민의 신뢰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한나라당은 면죄부 발부에 앞장서 스스로 국회권위를 실추시킨다.
오바마의 초당적인 인사정책인들 모든 흠결을 가려낼 수는 없다. 톰 대슐 보건부 장관 피지명자가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적 후원자한테서 공짜로 리무진과 기사를 제공받은 게 불씨였다. 수입으로 간주해서 세금을 내야 하는데 지명 받은 다음 냈다는 것이다. 그는 일찍이 무명에 가깝던 오바마를 지지하고 나선 정치원로이다. 건강보험 개혁의 적임자로 자타가 공인하고 의회와의 조정역을 맡을 것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탈세 소용돌이에 휩싸이자마자 오바마에게 전화통화를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의회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지도자가 아님을 알게 됐다는 말로 말이다.
그의 사임을 받아들인 오바마는 즉각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과했다. 라틴어로 "내 탓이다"(mea culpa)라고 말했다. 더 직설적인 표현도 나왔다. "내가 망쳤다", "내가 엉망으로 만들었다. (I screwed up, I messed up)"라고 말이다. 정치인의 수사로는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 격식의 파괴이다. '새로운 책임정치'를 선언한 오바마로서도 과단성 있는 사과이다. 국민을 존중할 줄 아니까 이런 자세가 나온다.
이 나라의 역대정권은 국민에 대한 사과를 권위의 추락쯤으로 안다. 사과가 아니라 사죄할 사태가 터져도 국민에게 좀처럼 머리를 숙일 줄 모른다. 잘못이 없다는 듯이 버티면서 어찌하면 국면을 모면하나 애쓴다.
설혹 사과하더라도 진정성-진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러 유감이니 뭐니 해서 사태의 중대성-중요성을 호도하려고 든다. 그나마도 대변인이란 남의 입을 빌리기가 다반사이다. 이명박 정부는 어느 정권보다 고압적이어서 사과를 모른다. "내 탓이요"가 아니라 "내 맘대로요"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