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올해부터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운전기사 처우 개선을 중심으로 한 '인천형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는 준공영제 참여업체 운전기사의 임금 기준액을 1월분부터 적용했고, 1월30일자로 기존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했다. 오는 25일 급행간선노선과 순환노선이 신설되면 완전한 '인천형 준공영제'가 시행된다. .
준공영제가 첫발을 디뎠으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일부 버스운송사업자는 시의 준공영제 시행계획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시가 산정한 운송기준원가(천연가스버스 기준 1일 1대당 45만8천928원)에 불만이 크다. 반면 시는 준공영제 시행에 불만을 가진 일부 버스운송사업자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형 준공영제' 허와 실
시는 지난해 1월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운전기사 처우 개선이 뼈대인 '인천형 준공영제' 도입을 공식 발표했다.
시는 당초 추진 방향과 달리 수입금 공동관리 방식을 포기하고, 준공영제 대상에서 지선버스(옛 마을버스) 노선을 제외했다. 그 이유는 시의 비용 부담이 크고, 준공영제 시행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입금공동관리형은 운행실적에 따라 수입금을 배분하고 부족분은 공공재원(시비)으로 보전하는 방식. 그러나 인천지역 운송사업자들은 노선(조정)권을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금을 공동 관리하면 '흑자노선'을 갖고 있는 운송사업자는 수익 일부를 내놓아야 한다.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지역업계 주장이다.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시행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버스업계의 적자경영 보전을 위해 매년 약 650억원을 쓴다고 한다. 인천이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를 시행했다면 매년 320억원을 쏟아부어야 했다.
특히 인천지역 지선버스 운송사업자들은 준공영제 참여를 거부해 왔다.
'인천형 준공영제' 특징은 ▲운송사업자 노선권 인정 ▲수입금은 운송사업자 소유 ▲노선 일부 조정 ▲급행간선·순환노선 신설 ▲적자분 가운데 운전기사 인건비만 지원 ▲지선노선 제외 등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시는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한 준공영제를 선택했다. 준공영제 시행시기를 당초 계획(2010년)보다 1년 정도 앞당겼다. 또 준공영제 시행의 가장 큰 목적인 버스의 신속성·편의성 확보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준공영제가 '준준공영제'로 퇴색했다는 지적이 있다. '인천형 준공영제'는 준공영제가 아닌 노선개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시는 수입금공동관리제를 배제하면서도 총수입이 운행비용보다 적은 업체에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타 시·도보다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사고율이 높고 친절도가 낮다는 게 이유다. <도표1 참조>도표1>
적자업체 인건비 보전은 운전기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궁극의 목표는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시키고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건비 보전이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볼 문제다.
■반쪽짜리 '준공영제'
준공영제 참여 업체는 전체 업체수의 절반에 못 미친다.
29개 운송업체 중 13개 업체만 준공영제에 참여했다. 시와 준공영제 참여를 협의해 온 10개 업체는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운송원가를 정했다'는 이유로 통합형단말기 설치를 거부했다. 지선버스 6개사는 처음부터 준공영제에서 빠졌다. <도표2 참조>도표2>
반쪽짜리 현상이 지속되면, 준공영제 도입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시와 일부 운송사업자간 쟁점은 운송기준원가.
운송사업자 일부는 공영차고지 부족, 적자노선 운행 등을 이유로 원가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시가 산정한 원가로는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시는 운송사업자 요구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수용해 원가를 결정했다고 했다. 또 수입금공동관리제를 배제한 준공영제에서 이윤(흑자운영 보장)까지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업계 반발 거세질 듯
시는 준공영제 시행 방침으로 '당근과 채찍'을 내걸었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시내버스 유형은 '준공영제 미참여' '준공영제 참여' '준공영제 참여, 시행계획(운송기준원가) 부동의' 등의 유형으로 구분된다.
준공영제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는 적자분(인건비)을 시로부터 보전받을 수 없다. 또 통합형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환승할인에 따른 보전금을 못 받는다. 통합형단말기는 현금과 카드로 받은 요금을 모두 집계할 수 있는 장치다. 시는 수입금 투명화를 위해 모든 업체가 통합형단말기를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시는 준공영제 시행계획에 동의하지 않은 업체에는 과거에 산정한 운송기준원가(천연가스버스 기준 1일1대당 41만2천원)를 적용하고 1년만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는 이런 강경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준공영제 시행계획 부동의 업체는 운송기준원가 재산정(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통합형단말기를 달지 않은 버스 이용객은 환승할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시와 일부 운송사업자간 싸움이 '시-단말기 미설치 버스 이용객'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