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시민들이 폭발했다. "경찰서 없이는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들고 일어섰다. 지난 14일에는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회의장은 물론 1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머리띠를 매고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경인일보 2월 16일자 16면보도) 경찰서 신설을 요구하며 이처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좀처럼 보기드문 일이다. 최근 잇따른 강력범죄로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지난 5일 경찰청이 발표한 경찰서 신설계획에서 의왕시가 제외되면서, '도내 유일의 경찰서 없는 시'가 될 상황에 몰린 시민들이 절박한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의왕뿐 아니라 경기서남부지역을 비롯한 도내 다른 시군들도 치안문제가 '민심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안고 있는 치안 문제들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 경기도, 치안 사각지대로 급부상

최근 경기도는 '치안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아직도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2007년말 세간을 경악케 했던 안양 이혜진·우예슬양 유괴·살인사건, 지난해 3월 일산 초등생 엘리베이터 납치 미수사건과 양주 외국인근로자 및 여중생 살해사건 등이 잇따랐다. 거기에 지난 2005년 10월부터 3년간 경기서남부지역에서 7명의 부녀자를 납치·살해한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은 경기도의 취약한 치안을 단적으로 드러내며 민심의 불만이 폭발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경기도는 최근 범죄발생이 급증하는 치안 취약지역으로 손꼽힌다. 도내 총범죄 발생건수는 지난 2004년 37만6천460건에서 2008년 48만4천920건으로 5년간 28.8%나 증가했다.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같은기간 8만9천531건에서 12만7천185건으로 무려 42.1%나 증가했다. 같은기간 전국의 총범죄 증가율 4.9%, 5대 강력범죄 증가율 19.5%와 비교하면 터무니 없다고 할만큼 높은 수치다.

■ 취약한 치안의 배경

경기도의 치안이 이처럼 불안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경기도의 '특수한'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일단 면적에서 경기도(1만185㎢)는 서울시(605㎢)보다 17배나 넓다. 거기에다 인구는 1천154만여명으로 서울(1천45만여명)보다 110만명이나 많다. 곳곳에 인구 수십만의 대도시가 산재해 있고, 도심에는 범죄 취약지역인 유흥가와 공단, 재개발지역, 미군반환공여지 등이 널려있다. 하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인적이 드문 농촌지역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은닉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이우정 경기대 교수는 "경기도는 인적이 없어 범죄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이 도시 주변 곳곳에 산재해 있어 범죄발생빈도가 서울보다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이같은 특성을 철저히 활용했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신분을 숨기고 범죄를 은폐했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치안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 치안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경찰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도내 경찰인력은 정원을 기준으로 1만5천686명에 불과, 서울시(2만4천240명)의 64.7%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실제 경찰인력은 1만4천654명에 불과, 정원에 1천여명이나 '미달'이다. 서울의 경찰인력이 정원을 모두 채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설움'을 받고 있는 셈이다.

서울보다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치안력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도심의 우범지역에 치안역량을 집중하면 변두리가 취약해지고, 농촌지역에 인력을 배치하면 도심지역의 경찰들이 근무여건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 빗발치는 치안 확보 요구

무려 3년간 7명의 부녀자를 납치·살해한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은 이처럼 치안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주민들의 반발에 불을 붙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의왕시민들이 경찰서 신설을 요구하며 전에 없이 강도높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코앞에서 강호순 사건을 지켜보며 치안의 문제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서둘러 용인서부(2010년), 안양만안, 하남(2011년), 부천오정, 동두천(2012년) 등 5곳의 경찰서를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들 지역의 주민들도 "이미 세워져있던 계획을 재발표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계획보다 조기에 경찰서를 개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같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1일 강도 높은 개선·건의안을 냈다. 도의 요구는 ▲2008년 확보된 정원 중 미충원된 1천32명의 조속한 충원 ▲전국 경찰관 1인당 주민수(530명) 수준에 맞춰 6천여명의 경찰인력 증원 ▲하남·동두천·의왕경찰서 조기 개서(조기 설치 이전에 임시청사라도 개서) ▲경찰서 설치요건의 우선 기준을 현행 '인구중심'에서 '1시군 1경찰서'로 개선 ▲CCTV설치 제도화와 국가 차원의 설치계획 확대 등이다.

■ 손쉬운 대안은 없다

이같은 경기도 및 주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기지역의 치안력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인력 증원과 장비 보강은 한정된 예산과 정원을 감안할때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특히 도내 각 지역마다 경찰서 및 경찰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이 발표한 5개 경찰서 신설계획 이외의 경찰서 설치나 도내 경찰서에 대한 대대적인 인력·장비 보강은 정부와 국회차원의 '결단'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지자체와 경찰이 '차선책'으로 내놓은 CCTV 우선확대 문제도, 현재 CCTV 설치비를 지방에서 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해 6월 경기도가 적극적인 건의에 나서 CCTV 설치의 국가부담 근거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정부는 2년동안 62억원만 지원키로 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경기도의 치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국회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꾸준한 경찰 인력 및 첨단장비를 확보하는 한편, 취약지역을 보강하기 위한 CCTV 등 대체 치안역량 확보, 민·관이 협력하는 2차 치안체제의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