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당국의 '재개발' '도시재생' '명품도시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서 사라져가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저항해온 인천 배다리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사진>사진>
이희환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엮어낸 '인천배다리-시간, 장소, 사람들'(작가들 刊),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과 산업도로 무효화 주민대책위원회가 함께 펴낸 '인천 배다리에서 도시의 미래를 묻다'(미주 刊)가 그것이다. 책들은 헌책방 거리로 유명한 배다리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인천의 구도심인 중·동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 개설을 막아온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배다리-시간, 장소, 사람들'에서 이희환 교수는 도시는 돈을 쫓아 사람을 버리고, 사람들은 돈에 쫓겨 도시를 버리면서 도시는 자본을 위한 도시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즉 근대 인천의 오랜 역사와 삶의 기억을 간직한 배다리 지역 노상박물관이 이곳을 관통하는 폭 50m의 도로를 만들어 도시재생사업을 전개, 자본만이 행세하는 삭막한 도시를 건설하고자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벽두부터 배다리 지역 주민들의 중·동구 관통도로 무효화운동을 지켜보면서 기획된 이 책은 배다리 일대의 역사와 문화, 배다리의 미래를 위한 제언으로 구성됐다. 궁극적으로 배다리 일대의 문화적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이 교수는 "'도시는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도시로 보듬어야 한다'는 소박한 진리를 되새기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인천 배다리에서 도시의 미래를 묻다'는 아직도 해결의 가닥을 잡지 못한 배다리 관통도로 문제와 관련한 각종 언론의 보도와 기고문을 정리해 구성됐다.
이를 통해 '자본을 위한 도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배다리는 배를 댈 수 있는 다리가 있어 '배다리'로 불렸다. 이 곳엔 일제 강점기때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노동자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배다리)과 한국전쟁 후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서민들이 책을 사고팔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헌책방 거리'가 있다.
또한 배다리 일대는 1897년 경인철도공사가 처음 시작된 지점(옛 우각역) 등 유서깊은 문화유산이 많다. 우리나라 최초로 1892년 개교한 사립학교인 영화학교, 1907년 개교한 창영초등학교, 1920년 문을 연 인천양조장 등이 그것이다. 두 권의 책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 모든 문화유산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