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덮힌 폐건물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바로 뒷편에 붙어 있어 학생들의 교육여건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살맛나는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의정부시 관내 곳곳에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뒤 덮힌 오래된 집과 폐가가 넘쳐나면서 석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방치 된 폐가는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전락하고 있고 화재위험에도 그대로 노출 돼 있다.

19일 오전 의정부시 호원동 망월사 등산로 입구. 사패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중심으로 양 옆에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뒤 덮힌 낡은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폐가처럼 보이는 이 집들은 겨울철 잠시 영업을 중단한 음식점들로 사방이 산으로 뒤 덮힌 수려한 경관에 '옥의 티'가 돼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있다.

등산객 박모(58)씨는 "아름다운 자연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집들로 퇴색되고 있다"며 "특히 이들 집들이 암을 유발하는 석면으로 뒤 덮혀 있어 등산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의정부시 녹양동 190-17 일대. 마을을 따라 이어진 100여m 길가에는 언제 누가 짓다가 버린지도 모르는 수천 ㎡ 규모의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이 건물 지붕 또한 석면 슬레이트로, 매서운 바람이 불어닥치자 석면 가루가 날리면서 인근을 온통 희뿌옇게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폐가구와 장판, 운동화, 폐가전제품 등 온갖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술병이 뒹굴고 있고, 불을 지핀 흔적도 남아 있어 청소년들이 탈선장소로 사용했음을 짐작케 했다.

문제는 이 건물 바로 앞에 녹양중학교와 버들개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 버들개초교 관계자는 "최근 교육청에 폐건물과 석면에 대한 위험성을 보고 했지만, '사유재산이라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녹양중학교와 협의해 교육여건과 학생들의 안전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겠지만, 시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에대해 시 관계자는 "석면으로 지어진 집과 폐가들은 모두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시에서 임의대로 철거할 수 없다"며 "석면으로 인한 위험성 인식과 관리 차원에서 곧 소유자들에게 석면 함유 건물 철거에 대한 사전 안내 통보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