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기아대책 인천지역본부 사무실에 들어섰다.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 이 학생의 손에는 밥 그릇 모양의 푸른색 저금통이 들려 있었다. 10원, 100원짜리 동전이 가득한 저금통은 평소 용돈을 절약해 모은 것이다. "저금통의 돈을 밥 굶는 친구들을 위해 써 달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전 재산'을 책상위에 놓은 후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과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남구에 소재한 한 유치원에서는 지난해부터 동전 모으기를 하고 있다. 유치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유치원생들은 자신들이 모은 돈이 좋은 일에 쓰여진다는 말을 듣고 돈이 생길 때 마다 저금통으로 달려간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등 고사리 손으로 한푼두푼 모아 가득 채워진 저금통은 결식아동들에게 따뜻한 식사로 제공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아대책 인천지역본부가 '사랑의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이렇게 모아진 돈은 7천500여만원.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올 3월 결식아동들의 급식비로 지급할 예정이다.

현재 기아대책 인천지역본부는 '행복한 밥' 사업을 통해 지역 6개 초·중학교 110명의 결식 아동들에 대해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다. 방학 중에는 물품(식료품)을 구입해 아동의 가정에 직접 전달하고 있다. 1년 예산은 6천만원 정도. 하지만 빈곤과 부모의 이혼 등에 따른 가정 해체로 인해 보호 아동은 꾸준히 증가, 인천 지역엔 2천여명에 달하는 결식 아동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대책 협력위원인 조병옥 시교육위원은 "학생들에게 기부체험은 대단한 교육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어려운 친구들을 돕기 위해 한 푼 두 푼 모으는 과정에서 절약 정신을 배우며 성장한다는 것. 배가 고파 고통받는 친구들의 모습을 본 뒤 어린이들의 편식습관이 고쳐지기도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