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도를 운행하는 광역버스의 안내멘트다. 고유가에다 경제난으로 한 푼이 거금인 상황에서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서민들에게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배려인가. 버스환승할인제는 근자들어 정부가 서민복지차원에서 시행한 정책중 가장 갈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도권 광역버스환승할인제가 실시된 지도 어언 5개월이 흘렀다.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들이 확인되고 있다. 실제 수원 정자동에서 서울 광진구 능동까지 출퇴근하는 한 시민은 광역버스 환승할인으로 하루 왕복 1천800원의 불로소득(?)을 얻는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 출퇴근을 가정할 때 연간 50만원 절약이 거짓이 아닌 셈이다. 좌석버스를 비롯한 경기도 버스 전체 이용객수는 1일 평균 4만8천여명이 늘어났으며 승용차 등 경기~서울간 유출입 차량대수는 3만8천여대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덕분에 버스 운행간격도 단축되는 부수적인 성과까지 시현, 대중교통에 대한 도민들의 만족도도 한층 제고됐다. 국가적 에너지절약 및 지구온난화문제 해소에도 순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광역버스 환승할인제를 민선 4기 최대 치적중의 하나로 홍보하고 있다.
'행복한 경기도' 운운 할만하다. 그러나 서울 사당동과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수원대학교 간을 운행하는 광역버스의 경우는 예외인 듯하다. 1만2천여 재학생 및 교직원중 절반가량이 사당동에서 통학하는 탓에 오래전부터 의왕과천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수원대~사당동 직통버스가 운행되고 있었다. 운행시간이 30, 40분대에 불과한데다 수원대 교직원 및 학생들에게는 편도 일반요금 2천300원보다 저렴한 1천700원의 혜택까지 제공해서 이용 학생수는 나날이 늘어갔다. 심지어 아침 등교시간대에는 입석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늘 만원사례였다. 버스승객의 90%이상이 수원대 학생이었으니 당연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수도권 광역버스환승할인제 시행을 계기로 문제가 불거졌다. 학생들이 "우리에게도 환승할인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자 버스회사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직통버스를 광역버스로 대체, 요금을 1천800원으로 일원화했다. 버스이용승객들은 편도 환승시 500원 정도의 할인혜택을 받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약간이나마 교통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수원대 학생들은 환영했다.
그러나 기대는 광역버스 첫 탑승과 동시에 사라졌다. 사당~의왕 톨게이트까지는 종전 노선과 같았으나 북수원으로 빠져나온 버스는 지지대고개를 넘어 율전동의 성균관대 앞 고가도로 밑을 지나 서수원 하나로마트 앞을 통과했다. 그리곤 금곡동 방향으로 우회전, 엘지빌리지 단지주변을 순회하더니 이번에는 오목천동쪽 호매실동을 경유하고 나서 다시 의왕과천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등 서북수원 일대를 빙빙 돌아 학교에 도착한 것이다. 상습정체지역 통과는 물론이고 곳곳에 정차하는 등 편도운행에만 최소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승객들의 뚜껑(?)이 열리는 것은 당연했다. 견디다 못한 일부 학생 및 교직원들은 다시 자가용 출퇴근을 늘리고 있다. 평소 이 노선을 이용하는 수원대 인근의 수많은 주민들의 입장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선을 변경한 이유는 성수기(학기중)와 비수기(방학중)간의 극단적인 승객수요격차로 인한 채산성 문제의 점진적 해소 내지는 한창 개발중인 서수원일대의 소규모 신규주택단지들과 서울을 직접 연결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여망을 동시에 고려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이런 식의 노선변경은 해도 너무 했다는 느낌이다. 기득권을 존중하는 우리사회의 유래지규(由來之規) 관습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소(小)를 위해 대(大)가 희생하는 점도 상식에 어긋난다. 국가적 과제인 에너지절약과 녹색성장정책과도 배치된다.
이 버스를 탈때마다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행복한 경기도'멘트가 수많은 수원대 학생들에게 어찌 들리겠는가. 외지 대학생들의 경기도에 대한 이미지 관리차원에서라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강구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