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미국·독일·영국/118분/액션 스릴러
감독 : 톰 튀크베어
출연 : 클라이브 오웬, 나오미 와츠
개봉일: 2009.02.26.목
홈페이지: www.international.co.kr
별점:★★★★★(5/8개 만점)

'환율 급등', '주가 폭락' 등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제 불황의 틈바구니에서 '금융위기'라는 시의적절한 소재를 내세운 액션 스릴러 '인터내셔널'은 그동안 우리가 믿고 있던 은행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전복시키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선사한다. 다국적은행이 단순히 돈을 위해서가 아닌 세계를 주무르는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살인은 물론 무기 암거래, 테러, 전쟁까지 선동한다는 파격적인 이야기 소재는 다분히 충격적이다.

게다가 이런 소재가 작가의 상상에 의해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1970년대 역사상 최대 금융범죄로 기록된 파키스탄 'BCCI 은행 스캔들'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은 관객들을 더욱 더 큰 공황상태로 몰아넣는다. 아그하 하산 아베디가 설립한 BCCI 은행은 설립 직후 검은 돈 세탁은 물론 무기거래, 용병, 국가기밀 정보수집, 테러지원 등 역사상 최대 금융범죄를 자행했다. 특히 각국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20여년 간 지속된 BCCI은행 범죄는 지난 1991년 미국과 영국 국회의원들의 비리가 폭로되면서 알려졌다.

영화는 이런 모티브를 21세기 버전으로 되살려 실제보다 더 전문적이고 파괴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지금도 이득을 위해 돈세탁은 물론 분쟁을 조장해 부채를 늘려 이익을 취하려는 은행의 음모가 충분히 가능하리란 생각은 상상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생생하게 전달된다.

'인터내셔널'은 직장동료의 갑작스런 죽음에 혼란스러운 인터폴 형사 루이 샐린저(클라이브 오웬)가 돈 세탁, 무기 거래, 테러 등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범죄가 실은 세계 금융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BBC은행과 관련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맨하탄 지방 검사관 엘레노어 휘트먼(나오미 와츠)과 함께 수사를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베를린에서 밀라노, 뉴욕, 이스탄불까지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샐린저와 휘트먼은 IBBC 은행의 실체에 조금씩 다가서지만 그때마다 미국정부는 물론 CIA, 러시아 범죄조직 등 세계 각국과 연루된 사람들의 비호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결국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된다.


또한 영화 '인터내셔널'은 그 제목만큼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룩셈부르크 등 전세계 7개국 로케이션을 감행, 국제 무대를 아우르는 내용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볼거리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베를린을 시작으로 리옹, 밀라노, 뉴욕, 이스탄불 등의 각국 풍광은 물론 뉴욕 구겐하임 박물관의 나선형 구조를 따라 펼쳐지는 10여분간의 논스톱 총격신이 압권이다. '인터내셔널'은 이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일찌감치 인정받아 지난 제5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는 법. 리얼리티를 살리다보니 종종 늘어지는 시퀀스, 그리고 막판 대반전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겐 약간 아쉬움이 남을 듯하다.

'미션임파서블2', '적벽대전'시리즈로 동서양을 사로잡은 액션명장 오우삼 감독이 기획했고 메가폰은 '롤라 런', '향수'를 감독했던 톰 튀크베어가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