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목받던 인천지역의 벤처기업들이 타 지역으로 속속 이전하는 상황에선 자칫 속빈 강정의 벤처타운으로 남기 십상입니다.”
 상당수 벤처기업가들이 인천지역의 '암담한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들어 여건이 열악한 인천시를 벗어나 벤처기업 지원에 적극적인 다른 곳으로 업체들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지방중소기업청에 등록된 벤처기업은 550여개. 이중 90% 이상이 제조업과 관련된 벤처기업이고 나머지 10% 미만이 IT(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벤처기업으로 분류된다.
 '굴뚝없는 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한 때 인천지역엔 700여개의 벤처기업이 성황을 이루기도 했지만, 3~4년 전부터 매년 10여개 업체가 더 좋은 여건을 제시하는 지역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아이오텍(주) 변주호사장은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대다수 사장들의 재정 상태는 아주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하나의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평균 4~5년이 걸리므로 시 등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없이 벤처기업이 설자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며 효광빌딩(주안소프트웨어지원센터), 훼스텍 벤처타운, 롯데 하이텔, 송도 벤처텔 등 5곳에 집적시설을 만들어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곳에 입주한 벤처기업은 2년이 지나면 퇴사(일명 졸업)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난을 겪는 벤처기업들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성남시는 2003년 완공을 목표로 30층 규모의 벤처빌딩을 건설할 계획을 확정했다. 부천시도 중동신도시에 아파트형 공장을 완공한 후 벤처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안양과 고양시도 벤처빌딩을 건설,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벤처기업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비해 인천시의 경우 집적시설에 입주한 벤처기업에만 일부 세금의 혜택을 줄 뿐 이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부족하다는 게 벤처업계의 지적이다.
 인천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부산, 대구 등 타 지역은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따로 책정하고 있는 반면 인천시는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예산 배정없이 중소기업 지원 예산에 함께 포함하고 있다”며 “집적시설을 만들어 벤처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적 및 물적지원이 가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행정과 예산배정을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裵鍾錫기자·b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