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가 없다', '물려줘봤자 고생이다'.

중소기업 CEO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CEO의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사전 승계 계획 없이는 가업 승계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러한 CEO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은행가에서는 '가업 승계 컨설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은행들은 올 해 세법이 개정되면서 컨설팅 문의가 늘자 차별화 된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은행별 컨설팅 서비스와 올 해부터 바뀌는 개정 세법 내용, 2세들의 가업승계 준비법까지 가업 승계 컨설팅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 中企 가업승계 고민, 은행 컨설팅 받으세요

지난 1980년 시흥시 시화공단에 A정공을 창업 해 30여년간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는 박모(62) 사장.

그는 IMF외환위기 시절 가업승계에 뜻을 둔 아들을 후계자로 점찍어 뒀지만, 각종 세제 부담과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으로 가업승계가 막막하기만 했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해결사가 돼준 곳은 주거래 은행의 가업승계 컨설팅 팀.

그는 지난해 하반기 회사 경영 진단을 시작으로 세무·법무 등에 이르는 종합 가업 승계 컨설팅을 기업은행으로부터 받고, 올 해 초 승계 절차를 마쳤다.

박 사장은 "원스톱 종합 서비스로 편리함은 물론 비용 절감 효과를 맛봤고, 주거래은행과의 신뢰도 쌓게 됐다"며 "경영진단을 통해 아들에게 탄탄한 회사를 물려줄 수 있게 돼서 안심이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06년 금융권 최초로 가업 승계 컨설팅을 도입해 세무사와 공인회계사, 경영컨설턴트 등 9명의 전담 인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상속·증여세 납부 자금, 운영 자금, M&A(인수·합병)자금 등의 가업승계 자금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상속세와 증여세의 최고 80%, 최대 3억원을 연 7~9% 금리로 빌려주는 대출상품도 내놨다. 담보가 있다면 최대 2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가업을 물려받은 2세 경영자는 최대 3억원을 운영자금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올 해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적극 지원하기로 하고, 컨설팅 비용(2주)을 기존 300만원에서 100만~250만원선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백년대계 컨설팅'을 통해 가업승계를 위한 세무진단, 소유권 이전, 절세 방안 등에 대해 무료로 조언해 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530여개 중소기업의 컨설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가업승계 모범 사례 등을 모은 책자 '직관-탁월한 조력자의 감각코드'를 발간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중소기업 가업 승계 서비스인 '신한 밀레니엄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상속 및 증여계획 수립을 위한 가업승계 컨설팅과 함께 후계자를 위한 기업경영환경 조성 목적인 경영승계 컨설팅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도 지난 달 세무사와 공인회계사 등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가업승계 컨설팅반'을 신설하고, 거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승계와 관련된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컨설팅반은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식지분과 사업용 자산의 후계자 배분 방안, 승계방법 및 시기에 대한 시나리오 검토 등 체계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후계자 선정과 교육, 승계 후 조직안정을 위한 조직재편 방안 및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 관계자와의 갈등 조정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회계, 법무법인 등 외부기관과 협약을 통해 연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올 해부터 달라진 혜택들

올해부터 크게 늘어난 세제 혜택이 가업 승계 인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상속재산가액 공제율이 20%에서 40%로 확대됐고, 공제한도도 피상속인의 사업영위기간에 따라 30억원에서 100억원까지 늘어났다. 피상속인의 사업영위기간이 10년 이상일 경우는 60억원, 15년 이상일 경우는 80억원, 20년 이상일 경우는 100억원이다. 조세감면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피상속인의 사업 영위 기간도 15년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줄었다.

가업 승계를 받을 수 있는 상속인 자격요건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상속 이후 6개월 전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했으나, 이번 조세감면 특례에 따라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하고 신고기한 2년 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하면 가능하게 됐다.

이밖에 지방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도 본사 대표이사까지 처벌받는 양벌제 항목도 350개가 폐지됐다.

이같은 정부의 조치는 중소기업 창업 1세대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가업 승계에 따른 조세 부담은 덜어주고, 중소기업의 고용 안정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휘동 기업은행 기업컨설팅팀 과장은 "지난해 가업승계 컨설팅 건수는 2007년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늘었다"며 "정부가 상속세 개정을 통해 가업 승계 관련 세금을 대폭 완화하면서 가업승계의 현실적 조건이 충족되자 관련 문의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준비된 자식이 가업을 잇는다. 2세들의 스쿨

최근에는 창업 1세대만큼 2세들의 가업 승계 의지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지원 기관 및 기업들의 교육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주도로 구성되는 2세들의 모임인 '차세대 기업인 클럽'에는 24일 기준으로 472명의 2세들이 가입해 있다.

차세대 기업인 클럽은 인천, 경기를 비롯해 전국에 14개 클럽으로 결성돼 있으며,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닌 경영 수업을 받는 학습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경영 정보 교류는 기본 리더십, 세법, 법률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건국대와 공동으로 'KU-IBK차세대CEO과정'을 개설했다. 기업은행 컨설턴트와 건국대 교수진이 강사로 참여해 가업승계 실무 및 후계자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2기까지 운영됐으며, 모두 44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KU-IBK차세대CEO과정은 3개월 교육 과정으로, 상·하반기에 각각 30명씩 모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차세대유통경영자 양성과정'을 마련해 차세대 CEO들의 경영 자질을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교육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5개월 과정으로 진행되며, 국내 대리점을 가업으로 물려주길 희망하는 협력업체 CEO 자녀들이 대상이다. 교육 과정은 인사, 노무, 재무, 회계, 마케팅 등 경영 이론이 주를 이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차세대 경영인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이달중 수강생 모집에 나선다. 교육은 3개월 과정이며, 3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