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서 살면서 동네 노인들에게 사군자를 가르치는 '시골 화가'가 전국 공모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주인공은 강화군노인복지관 사군자 교실 강사 김미순(49·얼굴사진)씨. 김씨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최근 주최한 제1회 서울미술관 미술대전에서 한국화 부문 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강원도 영월의 한 사찰을 정감있게 표현한 수묵담채화(작품사진)다.

김씨는 "영월의 외딴 암자에 갔다가 옆뜰에 서 있는 돌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면서 "돌이 복주머니처럼 생겼는데, 거기에 부처 모습이 새겨 있어 산세와 암자, 그리고 복주머니 돌의 구도가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전국을 놀라게 한 김미순씨는 사실 도회지에서 산 시간이 더 많다. 강화 사람이 된지는 불과 3년밖에 안된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김씨는 본격적인 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강화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강화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그의 그림 세계도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한다.

"매일 보는 게 자연입니다. 눈으로 생태계의 꿈틀거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그림 작업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강화에 오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삭막한 도시에 살던 때와 달리 왠지 마음이 풍요로운 점도 제 그림 세계를 끌어 올리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 것 같습니다."

전라남도 영광이 고향인 김미순씨는 할아버지가 서예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글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에 눈을 뜨게 됐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의 남동생도 미술학원을 크게 한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집안 내력인 것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이기도 한 김씨에게서 사군자를 배우는 '노인 학생'들은 13명이라고 한다.

김미순씨는 "강화가 저의 그림세계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강화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